도심 빌딩 수놓은 가을빛 퍼즐

입력
2021.09.18 18:00

13일 서울 도심에 일몰이 시작되자 빌딩의 외벽이 석양 노을빛을 머금은 채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13일 서울 도심에 일몰이 시작되자 빌딩의 외벽이 석양 노을빛을 머금은 채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 13일 회색 일색이던 서울 도심의 빌딩이 퇴근 시간 일제히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빌딩마다 촘촘하게 채워진 네모난 창문에 석양 노을빛이 반사된 겁니다. 마치 퍼즐 작품처럼. 여느 때 같았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도심의 빌딩, 빼곡한 창들, 조각 구름, 황금 노을이 반가운 이유는, 어느덧 가을이 오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림 같은 풍경을 보고 있으니 “참 쉽죠?”라는 말로 감탄을 자아냈던 밥 로스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밥 아저씨가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와 건물 외벽을 캔버스 삼아 변화무쌍한 걸작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유쾌한 상상도 해봅니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시선이 하늘로 향합니다. 낮 동안에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들이, 해질녘에는 멋진 일몰이 위로를 건넵니다. 1년 중 이런 하늘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요.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낸 지난 여름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기분도 듭니다.

비구름이 몰려온 13일 서울 광화문 일대의 건물 외벽에 부분적인 파란 하늘과 구름들이 반사되어 비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비구름이 몰려온 13일 서울 광화문 일대의 건물 외벽에 부분적인 파란 하늘과 구름들이 반사되어 비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가을빛으로 물든 도심. 2021. 09. 15. 서재훈 기자 spring@


바닷가나 노을 명소가 아니라고 아쉬워할 필요 없습니다.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에서도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가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까요. 숲을 이룬 빌딩 외벽들이 각자의 스타일대로 멋지게 자연을 해석해낸 풍경은 팍팍한 삶 속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겐 '치료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추석이 '코앞'입니다. 긴 연휴가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가을 바람이 불겠죠. 그러고선 얼마 후면 전국 방방곡곡이 오색단풍으로 물들 겁니다. 모두가 기다리는 가을이 이만큼 가까이 다가왔음을 삭막하기만 한 빌딩숲에서 느껴 봅니다.

13일 서울 도심에 일몰이 시작되자 건축중인 아파트 단지 너머로 노을빛이 구름과 함께 어울어져 멋진 가을풍경을 만들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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