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G 선전포고 역효과? 재개된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학살

입력
2021.09.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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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마궤주에서 최소 20명 학살?
친주 연합군 승전… 화력 열세는 지속?
NUG "통일 지휘체제 구축 노력 중"

지난 13일 미얀마 마궤주의 한 마을이 정부군의 방화로 불에 타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지난 13일 미얀마 마궤주의 한 마을이 정부군의 방화로 불에 타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지난 7일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의 '통합 저항전' 선전포고 이후 쿠데타 군부의 만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간인을 향한 총기 난사로 사상자가 급증했고, 저항 의지 말살을 위해 민가까지 연이어 불태웠다. 일부 무장 저항세력들이 정부군을 상대로 국지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지만, 일치 단결된 움직임 없이는 죄 없는 시민들의 피해만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9일 정부군은 선전포고에 가장 먼저 응답한 마궤주에 중화기를 동원해 13명의 시민저항군 병력과 민간인 5명을 사살했다. 80세 민간인 노인은 손이 묶인 채 머리에 조준 사격을 당했고, 시민군 사망자 중 11명은 고등학생이었다. 현지에서 일일 사망자가 10명 이상 나온 건 2개월 만의 일이다. 군부는 12일에도 사복을 입은 정부군 병력을 동원, 운동장에 모여 있던 마궤주 청년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2명의 형제를 살해했다.

군부의 만행은 무장하지 않은 민가로도 향했다. 마궤주 정부군은 지난 10일 "시민군의 행방을 불어라"라며 민가 36채에 불을 질렀으며, 13일에도 비슷한 이유를 들며 민가 14채를 전소시켰다. 전날에는 사가잉주에서도 군병력이 지역 경찰서를 습격한 시민군의 행방을 추적한다는 이유로 방화를 이어갔다. 도심 폭탄 테러가 이어지고 있는 양곤과 만달레이에선 시민군 거점을 향한 체포 작전 역시 한창이다.


지난 11일 미얀마 친주의 소수민족 반군과 시민군이 연합해 정부군의 전초기지를 공격, 초소가 불에 타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지난 11일 미얀마 친주의 소수민족 반군과 시민군이 연합해 정부군의 전초기지를 공격, 초소가 불에 타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반면 NUG가 예고한 전국 규모의 동시 저항전은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소수민족 반군인 친국민군대(CNA)와 친주 시민방위군 200명이 인도 접경지대에 위치한 정부군 전초기지를 함께 장악한 정도가 유일한 승전보다. 정부군은 현재 기지 탈환을 위해 병력을 대거 충원하고 있다. 한 시민군 소속 병사는 "사냥용 소총에 넣을 탄약마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어 제대로 된 추가 전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NUG의 무기 지원 등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예상과 달리 흐르는 가운데, NUG는 여전히 무장 저항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NUG 측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국제사회에 의존해선 잔인한 군부로부터 미얀마인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민족 연대와 집단 행동만이 쿠데타를 종식시킬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날부터 시작된 유엔총회에서 미얀마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은데 대한 반발이자, 선전포고 효과를 재확산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NUG는 무장세력들의 화력이 열세인 점을 비롯해 "통일된 지휘체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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