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직행이냐 결선 투표냐 ... 호남이 결정한다

입력
2021.09.14 04:30

“호남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3일 대선후보 경선의 초반 승부처로 꼽혔던 '1차 슈퍼위크' 결과와 관련해 "당초 1차 슈퍼위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본선행이 거의 확정될 거란 예측이 많았는데,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현재 1위인 이 지사는 대전·충남, 세종·충북, 대구·경북, 강원 경선에 이어 일반당원과 국민들이 참여한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5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만 전날까지 누적 득표율 51.41%로, 아슬아슬한 과반을 유지하면서 목표로 하는 결선투표를 생략한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반면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이낙연 전 대표는 1차 슈퍼위크 이후 처음으로 30%대(31.45%)로 진입해 추격의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고 나섰다.

결국 승부처는 대의원·권리당원 20만 표가 걸려 있는 호남(25일 광주·전남, 26일 전북)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격차가 20%포인트(11만여 표)에 달해 호남에서 두 후보 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관건은 결선투표 여부다. 만약 이 지사가 '호남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후보로서 인정을 받는다면 과반을 유지해 본선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 전 대표가 고향인 호남에서 이 지사와의 누적 지지율 격차를 한 자릿수대로 좁힌다면 이 지사의 본선 직행을 저지하고 결선투표에서 막판 역전드라마를 도모할 기회가 생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이날 TBS 인터뷰에서 "결선투표가 있느냐, 없느냐를 호남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이유다.

호남의 '전략적 투표'... 본선 경쟁력이냐 호남 대통령이냐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강원 합동연설회(1차 슈퍼위크)에서 이재명, 이낙연 후보가 정견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 측은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밀어주는 호남의 '전략적 투표' 성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호남 유권자들도 앞서 네 차례 순회경선(대의원·권리당원)과 일반 당원과 국민이 참여한 1차 선거인단 투표까지 과반을 획득한 이 지사에세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것이다. 민심뿐 아니라 당심에서도 이 지사의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호남에서도 '본선 후보를 조기 확정해야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원팀을 만들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민심이 다수 반영된 1차 선거인단 투표까지 합산했음에도 이 전 대표가 격차를 다소 좁힌 것에 대한 경계심은 남아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홈그라운드인 호남에서 판을 뒤집을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대표는 전남에서 16~19대 내리 4선을 한 뒤, 전남지사를 지냈다. 그가 '정치 1번지 종로를 버렸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의원직 사퇴 카드를 던진 것은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호남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흥행을 위해 호남이 이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면서 강성 지지층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결집하는 현상도 이 전 대표 측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추 전 장관이 이 지사와 현안에 대한 입장이 비슷해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에서다.

호남 경선 앞서 정세균 ‘중도 사퇴’ 변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사퇴를 선언한 정세균 전 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경선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캠프 소속 의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과반 확보 여부를 둘러싼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경쟁에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호남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중도 사퇴를 선언하면서다.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호남 경선에서 정 전 총리의 사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두 후보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 측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모두 호남 출신에 현 정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는 점에서 지지층이 겹친다고 보고 있다. 정 전 총리가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 전 총리 지지층의 상당수가 이 전 대표 쪽으로 흡수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지사도 정 전 총리 지지층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그는 정 전 총리 사퇴 기자회견 이후 "오늘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만든 건 정세균 후보"라고 했다. 정 전 총리가 2008~2010년 당 대표 재임 당시 상근대변인을 맡았고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 후보로 공천받은 인연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말 존경하는 정치 선배이고, 지금도 정말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재명, 호남서 45%선 확보해야 '파란불'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강원 합동연설회(1차 슈퍼위크)에서 이재명, 이낙연 후보가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호남에서 결선투표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이 지사의 득표율이 45% 선을 넘기느냐 여부가 될 전망이다. 호남의 선거인단(대의원ㆍ권리당원)은 총 20만4,017명이다. 여기에 투표율 80%(16만3,213명)를 가정했을 때 이 지사는 호남 경선에서 최소 45.18%를 얻어야 누적 득표율 기준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투표율 70%(14만2,811명)가 떨어질 경우에는 이 지사가 호남에서 44.49%를 얻어야 과반이 된다.

실제 지역언론인 무등일보·리서치뷰의 6, 7일 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남 거주 민주당 지지층의 47.2%가 이 지사, 40.8%가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 다만 이 조사에는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는 반영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호남 결과까지 합한 누적 득표율에서 이 지사의 과반 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만약 붕괴된다면 수도권 경선에 영향을 주면서 경선의 역동성이 보다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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