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를 거꾸로 매단 실험'이 올해 이그 노벨상을 받은 이유

입력
2021.09.13 15:30
수정
2021.09.13 16:0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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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드클리프 코넬대 교수 연구팀
'종 보전' 위해 검은코뿔소 이동할 때
어떤 방법이 '코뿔소 친화적'인지 밝혀
"거꾸로 매달 때 심장과 폐에 무리 덜 가"

거꾸로 매달려 이동하는 코뿔소. 세계자연기금(WWF) 유튜브 채널 캡처

거꾸로 매달려 이동하는 코뿔소. 세계자연기금(WWF) 유튜브 채널 캡처

'코뿔소를 거꾸로 매다는 연구'를 수행한 팀이 올해 이그 노벨상(Ig Novels)을 수상했다. 이그 노벨상은 기발한 연구나 업적에 수여하는 상으로 미국 하버드대 과학유머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노벨상을 풍자해 1991년 만들었다.

CNN,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AIR는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제31회 이그 노벨상 '교통' 부문 수상자로 코뿔소 이동 실험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로빈 래드클리프 코넬대 교수 연구팀은 나미비아 환경산림과학부의 도움을 받아 2015년부터 나미비아에서 12마리의 검은코뿔소를 크레인에 매달고 심장과 폐 기능을 분석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검은코뿔소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지표 중 '멸종위급종(CR·Critically Endangered)'에 속하는 동물이다. 세계자연기금(WWF) 등 환경단체들은 뿔을 얻으려는 밀렵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또는 종 번식을 위해 검은코뿔소들을 2004년부터 헬기로 이동시키고 있다. WWF에 따르면 프로젝트 이후 검은코뿔소 개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코뿔소에게 안정제를 투여한 뒤 네 발목에 줄을 연결해 거꾸로 매달아 이동하는 방법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이 방법이 코뿔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즉 코뿔소의 복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래드클리프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미비아가 처음으로 이 문제를 연구하기로 결정한 나라"라며 실험 계기를 밝혔다.

연구 결과 거꾸로 매달려 이동하는 것이 들것에 몸을 옆으로 뉘어 이동하는 것보다 코뿔소의 신체에 무리가 덜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코뿔소들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오히려 옆으로 뉘었을 때 근육 손상이 왔다"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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