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육아휴직 갑질... 이러고도 저출산 탓하나

입력
2021.09.13 04:30

직장갑질 119는 육아휴직 사용자의 3분의 1이 복직하지 못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퇴직을 강요하는 등 모성보호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노동시민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출산율이 낮은 점이 보여주듯 한국 사회는 인구절벽 단계로 접어든 상황이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법으로 보장된 모성보호제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암담한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직장갑질119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받은 자료 등을 모아 1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육아휴직자 중 34.1%가 복직 후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다. 자발적 퇴사자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이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보고서는 모성보호제도 사용을 방해하려는 사용자들의 여러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육아휴직 신청을 위한 면담을 요청하니 관리자가 “인생을 망하게 해준다”고 폭언을 하거나, 육아휴직을 끝내고 돌아온 첫날 권고사직을 권해 이에 항의했더니 구석에 자리를 마련하는 등 심각한 불이익을 준 것이다. 모두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등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는 9가지나 된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가장 기본적인 보호제도인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상용직 부모는 10%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상용직 일자리 상황이 낫다는 점에서 고용이 불안한 기간제ㆍ계약직 여성노동자들에게 이런 제도는 그림의 떡일 것이다. 노골적인 제도 사용 훼방뿐 아니라 관리자와 동료들의 따돌림 등 입증하기 어려운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처벌조항이 있음에도 신고가 저조한 이유일 것이다.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노동당국의 특별근로감독 시행과 함께 출산휴가 전후 해고 금지 기간 확대, 불리한 처우에 대한 사용자 입증 책임 강화 등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라는 공감대의 확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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