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품 점자 넣고 리무버블 라벨 붙이는 오뚜기의 '진심'

입력
2021.09.12 15:00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를 넣은 진라면 컵라면과 컵누들. 오뚜기 제공


이달부터 생산된 오뚜기 컵라면 제품 한쪽에는 검은색 줄이 있다. 자세히 보면 검은색 바탕에 표기된 '진라면 용기 매운 맛' '컵누들 얼큰 쌀국수' 같은 점자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컵라면 제품명과 물 붓는 선 등을 점자로 나타낸 것이다. 라면 업계 최초의 시도다.

대부분의 식품기업은 소비자 의견에 민감하다. '갓뚜기'(신을 뜻하는 God과 오뚜기의 합성어)라 불릴 정도로 착한 기업으로 통하는 오뚜기도 치열하게 소비자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고 곱씹는다. 조금이라도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관련된 소비자 목소리라면 더욱 그렇다. '보다 좋은 품질, 보다 높은 영양, 보다 앞선 식품으로 인류 식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 오뚜기의 사명이다.

점자 표시 컵라면 역시 소비자의 피드백에서 탄생했다. 올해 초 한 소비자가 시각 장애인이 컵라면을 먹을 때 제품 안쪽에 있는 물 붓는 선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내온 게 계기였다. 컵 안에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들은 이를 확인하기 어려워 손가락을 직접 넣어 확인한다는 내용이었다. 안전사고 위험이 우려된다는 의견에 동의한 오뚜기는 제품 개선에 나섰다. 지난 3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 결과를 토대로 디자인 샘플을 만들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도 점자의 위치와 문구 등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점자 가독성이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오뚜기 제품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물 붓는 선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기호도 담겼다.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경은 검은색, 점자는 흰색으로 인쇄하는 등 세부 사항도 세심히 다듬었다. 오뚜기는 이달 초 일부 제품을 시작으로 모든 컵라면에 점자 표시를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에 좋은 일이, 사회에도 좋은 일이 돼야"

오뚜기는 환경보호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환경 친화적일수록 초기 비용이 늘어나지만 궁극적으로는 도리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도 많다"며 "우리 회사에 좋은 일이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이 되어야 하고 그것은 겉치레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제품 개발 △순환경제 기여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 대응 △고객의 건강을 고려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 △식품 및 제품 안전 △글로벌 경쟁력 확대 등 함 회장의 ESG 경영 강화 의지가 담겼다.


오뚜기가 2014년 개발한 스마트 그린컵 원리. 오뚜기 제공

오뚜기는 2010년부터 사내 태스크포스(TF) 'Let’s ECO'를 구성해 운영하는 등 환경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으며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개발해 모든 제품에 적용 중인 '스마트 그린컵'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그린컵은 자체 개발한 발포성 소재를 사용해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용기 바깥쪽에 코팅한 뒤 열처리 가공한 발포성 소재가 열 손실을 줄여 손으로 잡았을 때 덜 뜨거우면서도 내면은 따뜻하게 유지한다. 또한 전자레인지에 용기를 넣고 돌려도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

제거 시 접착제나 잔여물이 남지 않아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편리한 '리무버블 라벨'. 오뚜기 제공

올해 들어선 소스병에 '리무버블(removable) 라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소스병을 분리수거하기 위해 라벨을 떼야 하는 소비자를 고려한 것이다. 오뚜기는 우선 프레스코 스파게티 소스 제품에 제거 시 접착제나 잔여물이 남지 않는 리무버블 라벨을 붙였다. 앞으로 다른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2014년 시작한 '폐기물 제로화 운동'의 연장선 성격도 띤다. 오뚜기는 제품 포장 규격을 개선하고 친환경 소재를 도입하는 등 '지속가능한 포장기술'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즉석밥인 오뚜기밥과 컵밥 등은 포장재 두께를 얇게 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고, 최근에는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제품에 적용하는 연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조직으로 '지속가능경영' 추구"

오뚜기는 지배구조도 '투명성'을 강조한다. 사외이사 및 감사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2015년 신설한 동반성장팀은 지속가능경영 업무뿐 아니라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향상시키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매년 윤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윤리서약서를 배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오뚜기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2018년부터 매년 B+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주주들의 편의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전자투표 제도도 도입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는 조직의 안정된 경영과 성장을 바탕으로 고객만족과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ESG 경영 체계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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