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시장의 위험한 민낯, 면대사무소

입력
2021.09.08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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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시골마을의 복싱선수였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당시 지역 챔피언의 운동능력을 보고 복싱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겨 건축의 길을 걷게 된다. 정규 교육과정을 경험하지 않았던 안도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건축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건축주를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하고 건축 일을 했다. 부르지 않아도 찾아가서 제안하고 설득해서 일을 맡았다. 국내에도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세계적 건축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그의 건축의 힘은 삶을 바탕을 한 일본 문화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 있었고 그것이 세계인들의 보편한 정서를 터치해 준 결과였다고 여겨진다.

우리 건축 대학은 수년 전부터 국제적 기준에 맞추겠다는 취지로 건축인증제도와 함께 5년제로 공부를 하고 있다. 참 열심히 공부하고 실제 현장에 나와서 3년이라는 시간을 더 수련한 후에야 건축사라는 시험에 합격해 건축사가 된다. 건축사가 되었다는 말은 모든 현장을 만났을 때 그 상황을 해석하고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건축사에게는 각종 인허가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최근 지방 도시에서 만난 한 건축사를 통해 면대사무소라는 용어를 들었다. 면대사무소란 면허대여사무소의 줄임말이다. 지역에서 지연과 혈연으로 일을 하는 사무소인데 건축사 면허는 없이 일을 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지만 사실 이런 현상은 너무도 오래된 현상이었다. 동네에서 보일러 수리하던 분이 건축시공을 맡아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인허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타 지역에서 빌려서 받아내는 것이다. 이런 면대사무소의 행태가 민간에서는 보편화돼 있다는 점이 놀라왔다. 특히, 갑자기 개발이 되어서 땅값이 오른 지역에 이런 현상이 많이 등장한다. 동네에 돈이 생기고 건축 수요가 생겼을 때 “건넛집 아들이 건축하잖아” 하면서 일을 의뢰하면 받아서 하는 경우인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안도 다다오처럼 일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건축도면을 읽을 줄 모르니 구조도면을 만들어 와도 그것을 해석하지 못한다. 보일러 시공자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선다. 결국 목수에게 일을 떠넘기고 목수는 그림대로만 처리하다 보면 오류가 생긴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작업을 하게 되고 비용은 증가하고 일은 더뎌지며 결과물도 형편없이 나오고 만다. 이렇게 3년 하고 나면 생각 없이 일을 맡겼던 건축주의 얼굴빛은 흙빛으로 변해 있다. 살 집을 짓다가 초상을 치를 판이 되는 것이다.

면대사무소의 문제점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사실 없다. 관할행정기관에서 단속은 할 수 있어도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 경찰권은 신고를 받아야 조사를 한다. 과거 4년제 대학을 마칠 무렵, 건축기사자격증을 대여해 용돈을 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출근도 안 하면서 건축사 자격증을 대여해 주고 소정의 급여를 받는 건축사들이 종종 있는 듯하다. 자격증을 대여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짊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은 자신의 주머니에 돈이 들어올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입게 될 막대한 피해를 생각한다면 자격증을 빌려주는 행위는 스스로 근절해야 한다. 건축사들이 자정하고 건축주들은 절대로 무지로 일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 안도 다다오가 옆집에 있다면 몰라도 말이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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