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위 12%?… 지원금 못 받고 대출도 막힌 맞벌이 부부 박탈감

입력
2021.09.07 18:00
2인 맞벌이 월급 각각 327만원 넘으면 탈락
"웬만한 3040 맞벌이, 국민지원금 못 받을 것"
상환 능력 큰 맞벌이, 대출도 역차별 불만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 이틀차인 7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시장에서 본 지맵(Z-MAP) 어플에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점포가 표시돼 있다. 뉴스1

# 30대 대리급인 정모씨는 요즘 국민지원금 때문에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외벌이인 같은 부서 과장급과 달리 맞벌이라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 상사가 국민지원금으로 안경을 바꾸겠다는 얘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정씨는 "자가 아파트에 사는 과장님과 전셋집에 거주하는 나 가운데 고소득층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지 않냐"며 "아내와 열심히 벌어 꼬박꼬박 낸 세금이 아깝다"고 씁쓸해했다.

국민지원금 등 정부 정책에서 맞벌이 부부가 소외를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외벌이 가구보다 오히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부부 모두 일터로 나가는 경우도 많은데, 정작 정부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가 상위 12%?"...맞벌이 무더기 제외에 '씁쓸'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하는 국민지원금은 전날부터 신청을 시작했다. 전 국민의 88%가 받는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은 소득, 재산 등에 따라 결정되는 건강보험료 합산액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맞벌이 가구 중에선 소득 상위 12%에 들어 국민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당초 이런 우려를 반영 국민지원금을 설계할 때 맞벌이 가구에 혜택을 줬다. 실제 가족 수에 한 명 더 추가한 건보료 기준을 적용하게 해준 것이다. 예를 들어 외벌이 4인 가구는 31만 원 이하의 건보료를 내야 지원금을 받지만, 4인 맞벌이 가구는 5인 가구 기준인 39만 원 이하의 건보료를 내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만으로 구제받은 맞벌이 가구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료 모의계산기에 따르면 2인 가구 외벌이 직장인 월급이 520만 원일 경우 건보료가 19만8,900원으로 국민지원금을 받는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직급인 2인 맞벌이 가구는 배우자가 한 달에 135만 원만 벌어도 건보료가 5만1,630원이라 국민지원금 지급 상한선인 25만 원을 웃돈다.

임금이 같은 2인 맞벌이 부부는 월급 327만 원(건보료 12만5,080원) 이상부터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이를 두고 한 직장인은 "직장에 모두 다니는 웬만한 30, 40대 맞벌이 부부는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임금이 100만 원대인 공공근로만 해도 국민지원금에서 제외될 판"이라고 말했다.

상환능력 있는데 돈 못 빌려...무조건 대출 조이기에도 불만

맞벌이 가구는 대출 정책에서도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외벌이 가구보다 큰 상환 능력은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대출 가능액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이사를 앞둔 맞벌이 가구 가장 40대 직장인 김모씨도 잔금 때문에 고민이다. 그는 자신과 부인의 수입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신용대출을 받아 잔금에 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시중은행들이 갑자기 대출 한도를 일률적으로 낮추면서 돈 구할 방법이 막막해졌다.

현재 은행권은 정부의 가계부채 제어 방침에 따라 연봉의 2배까지 가능했던 직장인 신용대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있다. 또 주요 은행은 이날부터 마이너스통장 최대 한도를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축소했다.

김씨는 "재난지원금이야 안 받아도 생활에 큰 지장은 없지만, 대출이 막혀 당장 돈을 어디서 구해야 하나 막막한 마음"이라며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무조건 대출을 조이는 정부 방침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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