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밀착' 두고볼 수 없었나...中 왕이, 9개월 만에 다시 방한

내주 초 한중 외교장관회담 개최
대만 문제에 파이브 아이즈까지
美 견제 위해 한국 붙잡기 급한 中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4월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내주 초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부쩍 가까워진 한국을 붙잡아두려는, ‘관리’ 차원의 방한이란 분석이 많다.

6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다음 주 초 서울을 찾아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왕 부장은 방한 기간 문재인 대통령도 따로 예방할 가능성이 있다. 그의 방한은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이고, 양국 외교장관들은 4월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회담한 지 5개월 만에 얼굴을 맞댄다.

깜짝 방한의 표면적 명분은 정 장관의 샤먼 방문에 대한 ‘답방’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분히 ‘미국 견제’에 쏠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5월 워싱턴에서 만나 “한미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매우 중시한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 미국 등 외부세력의 대만 이슈 개입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여기는 중국은 즉각 “한국은 ‘불장난’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왕 부장도 6월 정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편향된 장단에 휩쓸려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움직임이 가뜩이나 심상찮은 판에 최근엔 미국 주도의 서방 군사정보 공유협력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한국 가입 문제까지 공론화됐다. 미국 내 초보적 논의 단계에 불과하지만, 왕 부장이 중국 지도부를 대신해 한미의 밀착 행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가감 없이 드러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의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여건(코로나19 상황)이 성숙하면 시 주석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때문에 감염병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방한에서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이 확정될 여지는 작아 보인다.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양국 간 협력도 주요 관심사로 다뤄질 전망이다. 왕 부장이 문 대통령 등 한국 측 고위 인사의 개막식 참석을 요청할 수도 있다. 한국 입장에선 북한이 개막식에 참석하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은 남북의 올림픽 접촉이 재현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의견 교환에 집중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중 양국은 이르면 7일 왕 부장의 세부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