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조정위원장에 '미스터 소수의견'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31일 가습기살균제 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추천된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조정위원회 위원장에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이 추천됐다. 헌법재판관 시절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릴 만큼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제시해온 김 전 재판관이 향후 조정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경부는 31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들과 제조?유통업체 요청에 따라 김이수 전 재판관을 조정위원장으로 추천했다.

김 위원장은 1982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특허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9월 20일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 몫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이 됐으며, 2019년 헌재 소장으로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그간 세간의 관심이 높았던 사건들에서 소신 있게 '소수의견'을 제시해 '미스터 소수의견'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가장 주목받았던 사건은 2014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9명의 재판관 중 홀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통진당 강령이 민주 질서에 위배되지 않으며, 일부 당원의 행동을 당의 책임으로 귀속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2015년 헌재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로 만든 법률 조항을 합헌 결정할 때도 "해직교사 등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며 혼자 위헌 주장을 펼쳤다.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도 형사처벌하도록 한 성매매특별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2016년 헌재 판결에 대해서는 "절박한 생존 문제 때문에 성매매를 하게 됐고, 이는 개인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며 일부 위헌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단체 13곳과 가습기살균제 피해분담금을 납부한 18개 기업 중 6개 기업은 지난달 초 정부 측에 피해에 대한 조정 의사를 밝혔다. 조정에 참여하는 6개 기업은 롯데쇼핑, 옥시RB, 이마트, 애경산업, 홈플러스, SK케미칼이다. 이들은 향후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합의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