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팠다는 이유로 상습 구타당했어도 사람이 좋은 강아지

입력
2021.08.29 14:00
<304> 7~8개월령 암컷 진도믹스 '소중이'


구조 당시의 소중이. 비구협 제공


지난 6월 말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한 시민으로부터 전남 나주시의 한 교회 목사가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를 몽둥이와 벽돌로 상습 구타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시민이 보낸 영상에는 목사가 벽돌로 강아지를 사정없이 내리치고, 도망갔던 강아지는 그래도 자기 집으로 돌아오고 목사는 돌아온 강아지를 다시 벽돌로 내리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목사는 분에 못이긴 듯 몽둥이를 가져와 도망가지도 못하고 개집 옆에 웅크리고 있는 강아지를 수차례 때리기도 했는데요.

전남 나주에서 매일 구타당하던 소중이는 구조돼 충남 논산 비글구조네트워크 보호소에서 지내면서 새 가족을 찾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비구협 활동가들은 제보를 받자마자 경찰과 함께 학대 현장을 찾았습니다. 해당 목사는 영상 속 학대를 시인했고, 활동가들은 강아지를 격리 조치했는데요. 매일 매를 맞고 살던 강아지는 태어난 지 5~6개월밖에 안 된 상태였습니다. 목사가 무자비하게 작은 강아지를 때린 이유는 다름 아닌 개집 앞에 땅을 팠다는 이유였습니다. 땅을 파면 정리하는 게 번거로울 순 있겠지만 그렇게 강아지를 때릴 이유가 되진 않습니다. 더욱이 하루 종일 무료하게 보내는 강아지에게 땅을 파는 건 유일한 즐거움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구조 당시 소중이는 제대로 먹지 못해 뼈가 드러난 상태였다. 비구협 제공

비구협은 목사를 동물학대죄로 고발하고, 강아지를 충남 논산에 있는 비구협 보호소(쉼터)로 데려왔습니다. 활동가들은 강아지의 상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말라서 뼈만 남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활동가들은 소중한 생명이라는 뜻으로 '소중이'(7~8개월령·암컷)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전남 나주에서 땅을 팠다는 이유로 상습 구타당하다 구조된 소중이. 비구협 제공

최주희 비구협 입양팀장은 "어릴 때부터 맞고 자라다 보니 겁이 좀 있다"며 "쉼터에 처음 왔을 때부터 사람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있었지만 사람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합니다. 이어 "사람이 다가가면 거리를 두고 도망가지만 사람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관심을 보였다"라며 "막상 안겨 있으면 가만히 있는 순둥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소중이. 비구협 제공

소중이는 쉼터에서 지낸 지 2개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성장기 때 제대로 먹지 못해 덩치가 조금 작은 편인데요, 자신을 해치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돼서인지 이제는 활동가들에게 꼬리도 흔들고, 간식을 들고 있으면 적극적으로 다가올 정도로 성격이 밝아졌다고 해요.

최 팀장은 "소중이가 이제 조금씩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며 "적응을 위해 차분하고 안정된 공간이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이어 "다른 개와도 문제없이 잘 지낸다"며 "소중이를 평생 아껴줄 가족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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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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