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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도 막히고... 우리한테만 왜 그래요?" 어느 신혼부부의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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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대 A씨는 번번이 떨어졌던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포기하고, '부동산 불장'(불같이 오르는 상승장)에 뒤처질까 봐 지난달 아파트 한 채를 샀다. 실수요자에게 더 많은 대출을 허용한다는 정부 정책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인 NH농협은행에서 10월 말 필요한 잔금 3억6,000만 원을 빌리려다가 대출 중단 소식에 부랴부랴 다른 은행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MZ세대가 집 사는 걸 정부가 어떻게든 막으려는 거 같다"며 "도대체 우리한테만 왜 그러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2. 11월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40대 B씨는 전셋값을 1억 원 올리겠다는 집주인 연락에 걱정이 가득하다. 전세 비용도 벅차지만 평소 거래하던 농협이 신규 대출 취급을 갑자기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도 역시 돈을 빌리기 위해 거래한 적이 없는 다른 은행 창구를 부지런히 방문하고 있다. B씨는 "미리 대출을 받으려고 사람이 늘어, 상담을 받는 데만 1시간 이상 기다렸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잡지 못한 사이 대출 문도 좁아져 실수요자 사이에선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값이 오른 부동산을 사려면 더 많은 빚을 져야 하는데, 농협의 대출 중단 등으로 돈 자체를 빌리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농협 대신 대출 잔액에 여유가 있는 "다른 은행을 이용하는 대안"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다른 은행에 대출 가수요까지 한꺼번에 몰리면 '제2의 농협'이 나올 수도 있어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 24일부터 11월 말까지 신규 부동산담보 대출을 접수하지 않는다. 올해 농협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지난달 말 기준 7.1%로 연간 목표치인 5%를 훌쩍 넘은 데 따른 자체 조치다. 금융권에서 치솟고 있는 가계부채를 제어하려는 금융위원회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대출을 전면 중단한 시중은행은 아직 농협 한 곳이다. 그럼에도 실수요자들은 대출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데 불만을 터뜨리며, 규제책으로 다른 은행 대출 문도 막힐까 봐 걱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실수요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수준을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높였다. 실수요자는 더 많은 대출을 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농협사태처럼, 은행이 정부 압박에 대출 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정책 방향과 상반된 조치가 나오기도 한다.
농협 외에 다른 은행을 찾으면 돈을 빌릴 수 있어 실수요자 대출이 아예 막힌 상황은 아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수요자 대출 우대와 농협 대출 중단은 별개의 건으로 춤추는 금융정책의 예로 보긴 어렵다"며 "대다수 금융사는 가계대출 목표치까지 여유가 많아 대출 중단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출 시장이 금융위 공언과 다르게 흘러갈 여지도 있다. 농협에서 발길을 돌린 대출 수요는 다른 금융사 가계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가수요까지 생기면서, 다른 은행에도 대출 중단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로 기업이 몰려 있는 지점에서 10, 11월에 입주하는 아파트 대출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금융사의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가 '리셋'되기 전인 올해 연말까진 농협 외 다른 은행 사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은행이 꼭 대출을 중단하지 않더라도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실시하는 대출 한도 축소, 금리 인상 역시 실수요자에겐 부담이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대출 중단은 당사자 입장에선 아주 큰 피해"라며 "부동산 정책 부실로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현재로선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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