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추왓추] 전학 온 의문의 여학생, 나쁜 남자들을 응징하다

입력
2021.08.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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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내 이름은 난노' 시즌2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남학생은 여학생을 노리개로 여길 뿐이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어떨까. '내 이름은 난노'는 전복성으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다. 넷플릭스 제공

남학생은 여학생을 노리개로 여길 뿐이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어떨까. '내 이름은 난노'는 전복성으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다. 넷플릭스 제공

한 여학생이 전학 온다. 신비롭고도 도도한 외모다. 남학생들이 눈길을 준다. 남자 교사도 예외는 아니다. 여학생은 시선을 즐기고, 사랑에도 대범하다. 공부 잘하고, 운동도 잘하면서, 바람둥이로 유명한 남학생의 접근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근거를 알 수 없는 당당함까지 지닌 그녀는 알고 보면 유령과도 같은 존재다. 이 학교 저 학교를 옮겨 다니며 남자들을 만나고 기괴한 사연을 만들어낸다. 스릴러 ‘내 이름은 난노’는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태드’(태국 드라마)의 저력을 전한다.

넷플릭스에서 ' 내 이름은 난노' 시즌2 바로 보기

①응징하고 포용하는 그녀

알 수 없는 여학생의 이름은 난노(치차 아마따야쿤). 그녀는 전학 간 학교에서 여자를 정복의 대상으로나 여기는 남자들에게 거리낌 없이 접근한다. 남자들은 자신의 외모와 사회적 지위를 활용해 난노를 유혹하려 마음 먹는데, 난노부터 적극적이니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신비롭고 도발적이고 당돌한 여학생은 남자들의 흑심을 뒤집는다. 남자들에게 먹잇감으로 전락한 여자들의 복수를 의탁 받지 않고 대행한다. 복수 방법은 일종의 미러링. 남자가 했던 방식으로 되갚는다. 동급생을 임신시키고도 둘이 즐겼으면 그만이라며 모른 척하고 다른 사냥감을 찾는 남학생에게 난노는 똑같은 상황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남학생을 육체적으로 유린하고 임신시켜 비밀리에 출산해야 하는 아픔을 겪도록 만들어 자신의 죄를 깨닫게 하는 식이다.

냉혈한은 아니다. 난노는 희생자와 약자를 껴안는다. 복수 역시 그들을 위로하기 위한 한 방편이다. 요약하면 난노는 철없는 포식자에 맞서고, 성숙하고 정 많은 초식동물 같은 이들을 보듬는다.


②아무도 정체를 모른다

난노의 정체는 알 수 없다. 매번 전학을 간 학교에 새로운 생각을 심어놓는다는 점만 확실하다. 넷플릭스 제공

난노의 정체는 알 수 없다. 매번 전학을 간 학교에 새로운 생각을 심어놓는다는 점만 확실하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의 영문 제목은 ‘걸 프롬 노웨어(Girl from Nowhere)다. 난노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소녀라는 의미다. 이 제목은 다의적이다. 어디서 왔는지를 알 수 없다면 난노를 규정 지을 수 없다. 그는 어떤 출신이 아니기에 자유롭고 파격적이고 제멋대로다. 유령 같은 존재를 뒷받침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걸 프롬 노웨어’는 유명한 보사노바 노래 ‘걸 프롬 이파네마(Girl from Ipanema)’를 떠올리게 한다. 이 노래는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이파네마는 브라질 최대 도시 리오데자네이루의 부유한 동네다.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는 세련되고, 예쁘다는 편견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백지상태의 소녀는 남자들의 고정관념에서 자유롭다. 난노는 통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소녀라는 의미가 영문 제목에 내포돼 있는 셈이다.


③기존질서를 뒤집어라

'내 이름은 난노'는 도발적이다. 도발 안에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전하려 한다. 넷플릭스 제공

'내 이름은 난노'는 도발적이다. 도발 안에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전하려 한다. 넷플릭스 제공

난노는 못된 권력자 남자들만 응징하는 건 아니다.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하는 여성들도 교정해야 할 대상이다. ‘남녀칠세부동석’ 같은 전통을 철석 같이 믿는 여자 교사에게 시대가 바뀌었다는 깨달음을 전하고, 위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라고 권유한다. 난노는 기존질서를 뒤집는 전복자다.

드라마는 난노의 진보적인 언행을 평면적으로 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난노처럼 신비로운 존재, 그러나 난노보다 더 과격한 라이벌을 등장시킨다. 난노는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는데, 난노의 온건적인 언행에 불만을 품은 근본주의 페미니스트가 난노를 공격하도록 해 극적 재미를 만들면서 사회적 함의를 품는다. 기이하고도 유별난 여학생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지는 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이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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