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전문가들 “그냥 방역을 포기하자는 말" 맹비판

입력
2021.08.05 04: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소식이 발표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점주가 오후 6시 이후 3인 모임 금지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단순히 확진자 숫자가 늘었다고 방역을 조여댈 게 아니라 중증환자와 사망자만 줄이면 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 주장의 핵심이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방역지침 장기화, 그럼에도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감염 상황 때문에 나오는 주장이다.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돼서 사망자 수가 줄어들면 방역을 그냥 해제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경고한다. 델타에다 델타 플러스까지 변이가 확산되면서 백신의 힘이 약화되고 있는 데다, 설사 백신이 변이를 다 막아낸다 한들 쉽게 번져나가는 감염병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회 전체가 밀집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 전반적인 준비 작업 없이 그저 지치고 힘들다는 이유로 '위드 코로나'를 외치는 건 사실상 '방역 포기'라는 얘기다.

4일 방역당국도 위드 코로나 주장에 대한 반격을 공식화했다.

'위드 코로나 거론하기엔 백신 접종률도 낮고 변이도 있다'

위드 코로나 대표국가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6월 코로나19 사태 관리 기준을 '확진자 수'에서 '치명률'로 바꾸고 경증 환자는 재택요양 방식으로 전환했다. 백신 1회 이상 접종자가 60%를 넘어선 데 따른 나름의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따라 할 모델이 아니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일단 우리나라는 1차 접종자 비율이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다. 싱가포르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다 최근엔 감염력이 강한 델파 변이가 번지고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싱가포르조차도 최근 델타 변이 확진자가 늘면서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더 강화했다"고 말했다.

'변이는 전파력이 떨어지는 대신 치명률이 낮다'는 통념도 델타 변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외국의 경우 델타 변이가 위중증 환자 비율을 약간 더 상승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변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한 콜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사회 전체의 밀집도는 낮추려는 노력 있어야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언젠가는 위드 코로나를 해야 하지만, 그건 충분한 준비가 뒷받침된 이후의 얘기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가 늘면 자연히 중환자가 늘 수밖에 없는데, 중환자 병상과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 등 의료체계가 먼저 준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명률이 떨어진다고 의료체계가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거기다 감염병의 특성을 감안하면 밀집도가 높은 노동환경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대량 확진자가 콜센터나 물류창고 등 '3밀' 노동 환경에서 나왔다는 점을 돌아보라는 지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를 하려면 감염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한국처럼 대도시 중심으로 밀집한 사회에서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빌딩이나 공장처럼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몰려 작업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한다는 얘기다. 엄 교수는 "그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방역만 풀어버리면 대량환자 발생에 이은 중환자 급증, 중환자 병상 마비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코로나19와 무관한 중환자들까지 부수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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