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시위’ 양경수 5시간 반 경찰 조사 “방역 실패 책임 민주노총에 없어”

입력
2021.08.04 15:35
수정
2021.08.04 21: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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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 출석 요구 불응하다가 자진 출석
정부에 공공부문 정규직화 위한 대화 요구

7·3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4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7·3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4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달 3일 서울 도심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4일 경찰에 출석했다. 집시법·감염병예방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양 위원장은 경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자진 출석했다.

양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47분쯤 서울 종로경찰서에 나와 취재진에게 "정부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민주노총에 돌리려 했던 시도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집회에 참석했던 조합원 3명이 지난달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민주노총의 집회 강행에 유감을 표하면서 집회 참석자 전원에게 검사를 요청한 일을 지적한 것이다. 확진자 3명은 이후 역학조사에서 집회가 아닌 음식점에서 감염된 걸로 판명됐다.

양 위원장은 "방역 문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면서 "노동자들과 마주앉아 대화할 것인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 것인지는 전적으로 정부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원들의 정규직화를 현안으로 꼽았다.

양 위원장은 5시간 반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종로경찰서에서 나왔다. 양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7·3 노동자대회 진행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다툴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정할 건 다 인정했다"면서도 "수차례 지적했듯 정부의 방역지침이 집회·시위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양 위원장에게 미신고 집회를 주최하게 된 경위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위원장은 경찰이 일방적으로 출석 날짜를 통보해 그간 출석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변호사를 통해 경찰과 일정 조율 중이었는데 경찰이 출석 날짜를 특정해 보냈다"며 "이번주부터 민주노총 간부들 휴가라 이를 활용해 조사받겠다는 입장을 이미 통보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향후 경찰 조사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다 소환 조사에 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노총은 경찰과 서울시의 금지 통고를 어기고 지난달 주최 측 추산 8,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7·3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에 경찰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뒤 23명을 입건했다. 이날 양 위원장 출석으로 피의자 23명 중 18명이 한 차례씩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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