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쓰러진 시민 CPR로 살린 경찰관 “생사 걸린 상황, 그대로 뛰어들었죠”

입력
2021.08.04 16:10
수정
2021.08.04 16:12
24면
구독

김민섭 서울 관악서 당곡지구대 경장
구급차 도착 전 심폐소생술로 인명 구조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주유소에서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은 시민을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 김민섭 경장은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 시민을 살렸다. 당곡지구대 제공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주유소에서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은 시민을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 김민섭 경장은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 시민을 살렸다. 당곡지구대 제공

"또다시 긴급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똑같이 뛰어들어야죠."

폭염에 쓰러진 일용직 배달노동자를 경찰관이 구했다. 현장에 출동해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5분간 정확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김민섭 경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경장이 소속된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5분쯤 시민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신속한 CPR로 시민 목숨을 살렸다"고 4일 밝혔다. 배달용 오토바이를 몰고 주유소를 찾았다가 쓰러진 시민은 병원에 이송돼 의식을 되찾았다.

김 경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방당국의 전화 지도에 따라 환자의 심장 움직임과 호흡 여부를 확인했는데 반응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구급차 도착까지 5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대로 있으면 뇌사 등 위험한 상태로 악화될 것 같았다"고 CPR 실시 이유를 밝혔다.

김민섭 경장. 당곡지구대 제공

김민섭 경장. 당곡지구대 제공

CPR는 시행하기 쉽지 않은 응급처치다. 가슴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 일정하면서도 강하게 압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방당국도 초반엔 김 경장에게 CPR를 실시하지 말고 지켜보라고 지도했다. 하지만 김 경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호흡하지 않은 채 쓰러져 있던 분이 CPR를 했더니 호흡을 하더군요. 소방당국에 상황을 설명하고 'CPR를 계속 실시하라'는 지도를 다시 받았습니다."

김 경장은 예전에도 비슷한 조치로 시민을 구한 경험이 있어 정확한 CPR를 시행할 수 있었다. 그는 "4년 전쯤 보호 조치를 위해 지구대에 모시고 온 여성분이 불안정하게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며 "현장에서 CPR를 실시하고 병원으로 이송해 생명을 건졌다"고 돌아봤다.

김 경장은 시민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언제든 뛰어들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경찰은 의료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통상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생사가 걸린 긴급 상황이라면 이번과 똑같이 대응할 겁니다."

최은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