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수색, 코인 압류...뛰는 체납자 위에 나는 '징수의 기술'

입력
2021.08.04 20:50
수정
2021.08.04 21: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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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최초 체납세금 징수 전담 조직으로 출범
20년간 3조6000억 원 징수 성과... 연 예산 10% 규모
가상화폐·특허권 압류 등 코로나19에? 비대면 기법도

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이 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38세금징수과 출범 20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이 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38세금징수과 출범 20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체납자가 있는 곳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소방공무원을 대동해 강제로 따기도 했다. 숨겨놓은 현금은 물론, 그림, 마당의 수석 등 돈이 되는 것이라면 모두 딱지를 붙이고 압류했다. 그러다 복병을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면 압류가 어려워지자 이들은 ‘비대면 징수’로 전환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저작권 특허권 같은 재산권 압류에 집중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서울시는 4일 “38세금징수과에서 지난달 말 기준 1,826억 원의 체납세금을 걷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가 설정한 올해 징수목표 2,010억 원의 92%에 이르는 액수다. 납세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38조’에서 딴 38세금징수과는 서울시가 2001년 8월 3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띄운 체납세금 징수 전담조직이다.

시 관계자는 “초기에 부서명 앞 숫자 38이 뭐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많이 알려졌다”며 “그 헌법을 내세운 명칭 덕분으로 그간 4,745만 건, 3조6,000억 원의 체납 세금 징수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는 시 한 해 예산(40조 원)의 10%에 근접하는 규모다.

이 성과의 배경에는 다양한 ‘징수의 기술’이 있다. 출범과 동시에 ‘가택수색’을 통한 동산압류를 처음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시 관계자는 “국세기본법상 체납액에 따라 5년, 10년이 지나면 징수할 수 없지만, 재산을 압류하면 평생 징수권을 갖게 된다”며 “징수권 소멸을 막기 위해 갖은 민원 우려에도 불구하고 체납자의 집을 찾는 방법을 택했고, 출범 초 1년 만에 1,200억 원을 징수했다”고 말했다. 동산압류는 이후 비슷한 기능의 팀이나 부서가 설치된 전국 지자체에 안착한 징수 기법이다.

그뿐만 아니다. 인터넷 도메인, 법원 공탁금, 은행 대여금고, 정원 수목 및 수석 압류 역시 38세금징수과가 전국 최초로 시도한 징수 기법이다. 최근에는 체납자들이 수년 동안 금융기관에서 고액의 현금을 자기앞수표로 교환해 사용한 사실을 포착하고, 사용처를 조사한 뒤 체납세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특히, 가상화폐 압류를 통한 징수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 관계자는 “2018년 조사관 가운데 한 명이 외국에서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 먹었다는 이야기가 발단이 됐다”며 “가상화폐가 압류대상이 되는지 법률 검토를 이어가던 중 국세청 간담회에서 관련 사례를 확인, 올 초 주요 가상화폐거래소 3곳에서 고액체납자 676명의 가상화폐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실적이 쌓이면서 조직도 몸집을 키웠다. 2001년 출범 당시 2개 팀 25명에서 7년 만에 ‘과’ 단위 조직으로 승격됐고, 현재는 5개 팀 31명의 전문조사관과 6명의 민간채권 추심 전문가가 활동 중이다. 이병욱 38세금징수과장은 “양심 불량 체납자에겐 철퇴를 놓고,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선 복지 지원을 하는 현대판 암행어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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