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산 우선’ 정책에 日 기업 대미 투자 40% 급증… 대중국 투자는 급감

입력
2021.08.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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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화당, 민주당의 초당파 의원들과 만나 인프라 투자 예산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의원들과 함께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추진한 1,37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 확보 협상의 타결을 선언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화당, 민주당의 초당파 의원들과 만나 인프라 투자 예산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의원들과 함께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추진한 1,37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 확보 협상의 타결을 선언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일본 기업의 미국 공장 설립 등 대미 직접 투자가 올해 1~3월 4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우선 구매)’ 정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45%나 급감해 대조적이다.


1~3월 日 기업 대미 직접투자 40% 증가, 대중국은 45% 감소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크릴 수지 원료(MMA)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미쓰비시케미칼이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州)에 MMA 공장을 설립, 2025년부터 가동하기로 하는 등 일본 기업이 앞다퉈 미국 공장 신설에 나서고 있다. 또 신에쓰화학공업은 2023년 말을 목표로 루이지애나주에 염화비닐 수지 생산 공장을 짓는다. 일본제철은 유럽 아르셀로-미탈과 공동으로 차량용 강판이나 파이프라인용 강관 소재를 만드는 전로(電爐)를 앨라배마주에 건설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1~3월 일본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2조4,949억 엔(약 26조1,765억 원)으로, 2017년 하반기 이후 최고액에 달했다. 전체 해외 직접투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40%를 넘었다. 같은 기간 동남아시아 직접 투자도 종전의 2배인 1조3,000억 엔에 달한 반면, 대중국 직접투자는 45% 급감한 1,840억 엔에 불과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정치적 리스크가 커진 중국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다.


"미국 경제 성장+바이 아메리칸 정책 염두"

닛케이신문은 일본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가 느는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꼽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통과시켰고,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막대한 재정정책과 빠른 백신 접종에 따른 일상 회복 조짐 등에 힘입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6.9%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8.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2.6%)이나 유로권역(4.3%)을 훨씬 웃돈다.

신문은 이와 함께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주목했다. 예전이라면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지역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만 해도 미국 경제 성장의 수혜를 누릴 수 있었지만, 정부 조달제품을 구입할 때 미국산을 우선하는 규제로 미국에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올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이 행정명령은 정부 조달품목 구입 시 단순히 미국산 제품을 우선한다는 데서 더 나아가 제품에 사용된 소재나 부품에 대한 미국산 조건도 강화했다. 이전엔 55%였던 미국산 부품 비율 기준이 2029년엔 75%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신문은 “중국과의 첨단기술 분야 패권 다툼 등이 배경으로, 자국산 중시 산업전략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이런 국제정세를 전제로 생산체제 재구축을 요구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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