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이재용 가석방되면 삼성 美투자 마무리"… 130조 쥔 삼성 투자시계 빨라질까

입력
2021.08.04 20:30
구독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스1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스1

광복절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면 20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 등을 포함해 그동안 더디게 움직였던 삼성의 '경영시계'도 한층 더 빠르게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美 20조 반도체 공장 후보지 확정하나

미국 로이터 통신은 4일 복수의 삼성 소식통을 인용해 "이 부회장이 감옥에서 나오면 삼성전자는 주요 투자와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결정은 오직 이 부회장만이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오너 중심인 삼성의 조직 특성상 단기 실적에 필요한 경영 판단은 최고경영자(CEO) 몫이지만, 회사의 장기 비전을 좌우하는 대규모 투자 결정은 오직 오너만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사진은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로이터는 이어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삼성의 미국 투자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 계획을 두고 고심 중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 깜짝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뉴욕주 등 4곳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결국, 이 사안도 이 부회장의 현장 복귀 시점과 맞물려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업계선 삼성의 깜짝 투자 발표 계획 기대감

현재 이 부회장은 법무부의 가석방심사를 앞두고 있는데, 찬성론으로 돌아선 여당의 기류 등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투자도 뒤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로이터는 이날 시장가치만 580억 달러 규모의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회사인 NXP가 삼성전자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개막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과 함께 개발한 자동차용 스마트 전장(전자장치) 솔루션인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을 장착한 데모카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개막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과 함께 개발한 자동차용 스마트 전장(전자장치) 솔루션인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을 장착한 데모카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능성은 다분하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M&A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M&A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차량용 전자장비 기업 하만인터내셔널을 9조4,0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5년 동안 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사이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급증했는데, 2분기 기준 130조 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페이스북(71조 원), 대만 TSMC(32조 원), 인텔(27조 원)을 크게 압도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만 반도체 사업에 역대 최대인 20조9,000억 원의 투자금을 쏟아내면서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올인하고 있다. 투자 시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M&A는 필수인 만큼 삼성전자가 M&A에 나설 여건은 충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3년 안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삼성전자로서도 공격적인 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