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반체제 인사, 타국서 의문사… '극단적 선택으로 꾸민 타살?'

입력
2021.08.04 17:30
우크라니아서 독재 정권 탄압 맞서던 쉬쇼프
경찰, 타살 가능성 두고 수사…신변불안 시달려
'올림픽 중 망명 시도' 육상선수, 폴란드로 떠나

3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 비탈리 쉬쇼프가 생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진. AFP 연합뉴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항거하던 반(反)체제 인사가 우크라이나에서 의문사해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신 발견 현장만으론 극단적 선택처럼 보이지만, 타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일본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벨라루스 육상선수의 망명 시도와도 맞물려, 루카셴코 정권은 또다시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4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오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공원에서 벨라루스 사회운동단체인 '벨라루시안하우스 우크라이나'의 비탈리 쉬쇼프(26) 대표가 목을 맨 상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일 아침 조깅을 나갔다가 실종된 지 하루 만이었다. 키예프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위장한 타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쉬쇼프가 최근 "조깅을 하면 낯선 사람들이 따라다녔다"고 말했다는 친구들의 증언, 그의 시신에 남은 상흔 등에 비춰 피습당했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벨라루스 시민단체와 야권 등은 루카셴코 정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벨라루스위기센터 소장인 알리악세이 프란츠케비치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쇼프의 죽음이 현재 망명 상태에 있는 다른 벨라루스 활동가들에겐 일종의 '협박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엔 벨라루스 국가보안위원회(KGB)가 외국에 거주하는 야권 지도자들을 체포하는 대규모 작전에 착수했다는 전직 보안기관 요원들의 폭로도 나왔다.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주우크라 벨라루스 대사관 앞에 전날 키예프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 비탈리 쉬쇼프를 추모하는 사진과 촛불 등이 놓여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벨라루스 정국은 지난해 8월 대선에서 27년간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또 승리를 거두며 혼란에 빠졌다.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열렸고, 강경 진압으로 3만5,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으로 피신했으며, 쉬쇼프도 이때 우크라이나로 떠났다. 이후 그는 망명이나 이주의 길에 오른 동포들에게 주거, 고용, 법률 서비스 등을 지원해 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희장은 이날 트위터에서 "벨라루스 활동가들이 제3국에서도 타깃이 된다는 사실은 심각한 확전"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도쿄올림픽이 열린 일본에서 제3국 망명을 시도한 벨라루스 육상선수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는 이날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해 준 폴란드로 향했다. 자국 코치진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강제 소환 위기에 처했던 그는 "고국에 가면 감옥행"이라고 주장했는데, 지난 대선 결과를 비판하는 공개성명에 참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의 남편도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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