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부터 트롯 가수까지…지속되는 스타 상표권 분쟁

아티스트 이름 둘러싼 법적 공방, 수년간 지속
퍼블리시티권 보호할 제도적 장치 강화돼야

트로트 가수 영탁의 상표권을 두고 소속사와 예천양조가 이견을 보였다.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과거 신화부터 최근 영탁까지, 유독 가요계 내 상표권을 둘러싼 갈등이 빈번하게 들려온다. 소속사와의 분쟁부터 특정 브랜드의 상표권까지, 유명인의 특수효과를 두고 아티스트 측의 고민이 깊어진다.

최근 가수 영탁과 영탁막걸리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예천양조 간의 광고 모델 재계약 협상 결렬과 상표권 분쟁이 화두에 오르면서 연예인들의 상표권 공방이 다시 이슈화됐다.

지난달 22일 예천양조는 광고 모델인 영탁과 재계약 결렬을 알리면서 상표권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다. 사건의 배경은 예천양조의 영탁이라는 상표 등록 시점이다. 지난해 예천양조는 자사 막걸리 유통 과정에서 영탁이라는 상표를 등록하기 위해 영탁 부모에게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해 영탁의 부모가 상표를 출원했고 예천양조가 로열티를 내는 방안에 대한 협의가 진행됐으나 불발됐다.

예천양초 측은 영탁이라는 브랜드명에 대해 예천양조 백구영 회장의 이름의 '영', 탁주의 '탁'을 따서 지었다는 설명을 전했다. 따라서 예천양조는 자신들이 특허청에 출원 신청한 영탁 상표가 실제 등록되진 않았지만, 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상표법에 근거해 모델 계약 중인 자거나 이해관계에 있는 자는 상표 출원 및 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내세우며 영탁 측의 상표 등록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조계는 예천양조의 퍼블리시티권(유명인이 자신의 성명, 초상 등에서 비롯되는 재산적 가치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권리)이 침해되는지를 면밀히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영탁뿐만 아니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의 이름 및 생일로도 상표권 출원이 이뤄지면서 소속사는 법적 대응을 공표했다. 소속사 뉴에라프로젝트는 아티스트의 원 소속사와 적극 협력하여 TOP6의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되고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상표권 두고 갈등 벌인 스타들, 각기 다른 행보

가요계 내 상표권 갈등이 빈번하게 전해지고 있다. 신화컴퍼니, MBK, 어라운드어스 제공

그룹 신화도 팀명을 두고 상표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신화는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신화 상표권을 양수한 준미디어와 4년간 법정 싸움 끝에 법원의 조정을 통해 상표권을 넘겨받았다. 당시 신화 소속사 신컴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발매한 정규 11집부터 앨범 재킷에 신화라는 이름이 없는 로고만을 게재하는 등 신화라는 이름 사용을 자제해왔다.

그룹 티아라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는 특허청에 '티아라'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이를 두고 멤버 큐리, 은정, 효민, 지연은 상표 출원에 이의를 제기해 특허청은 MBK엔터테인먼트의 상표권 등록을 거부했다. 반면 비스트는 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비스트라는 이름을 상표로 출원하면서 현재 하이라이트라는 새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커져 가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따라 상표의 가치는 매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상표법은 상표를 먼저 출원해 등록하는 사람에게 상표권을 부여하는 '선출원·등록주의'를 운영하고 있다. 출원인의 악의에 따라 상표를 선점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표 불사용 취소심판, 선사용권 제도, 부정목적 상표출원의 등록거절 등 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유명인의 이름을 상표로 악용하려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력하게 대두된 상황이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