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있네" 신유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반했다

입력
2021.08.05 04:30
도쿄올림픽서 시선 사로잡은 신유빈의 매력?
평소 발랄하지만 탁구대 앞에선 무섭게 집중?
2024년 파리올림픽서 '만리장성' 중국에 도전

도쿄올림픽을 통해 신유빈 매력에 빠졌다는 팬들이 많다. 사진은 신유빈이 도쿄올림픽 경기에서 집중하며 서브를 넣는 모습. 도쿄=연합뉴스


직장인 심동은(42)씨는 요즘 국제탁구연맹(ITTF)이나 유튜브에서 여자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17·대한항공) 경기 영상을 찾아보느라 여념이 없다. 신유빈에 '입덕(어떤 분야의 마니아가 됐다는 뜻)'한 것이다. 심씨는 "평일 저녁과 주말이면 올림픽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신유빈이 가장 눈에 띄더라"며 "대회 기간 중인데도 실력이 쑥쑥 느는 게 눈에 보이니 신기하다"고 했다. 심씨처럼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신유빈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이 적지 않다.

신유빈은 도쿄올림픽 개인전에서는 32강에서 탈락했고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 최효주(23·삼성생명)와 함께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독일과의 8강전에서 패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냉정히 말해 메달을 따기에도 많이 모자랐다. 그러나 성적이나 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신유빈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열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참가한 생애 첫 올림픽이라 첫 경기에서는 긴장을 숨기지 못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스리고 제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도 인상적이었다. 안재형 전 국가대표 감독은 "어린 나이 답지 않게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자멸하거나 허무하게 대패하는 경기가 없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독일과의 여자 탁구 단체전 8강에서 강한 공격을 날리는 신유빈. 도쿄=연합뉴스


신유빈의 성장 스토리도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신유빈은 어린 시절 '탁구 신동'으로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다.팬들은 현정화(52)의 공을 야무지게 받아 넘기던 꼬마가 한국 탁구를 이끌 어엿한 국가대표로 성장했다며 열광하고 있다.

몇 년 전 '막내형' 이강인(20·발렌시아) 신드롬이 불었던 것과 비슷하다. 여섯 살 때 '날아라 슛돌이'에서 현란한 축구 실력을 뽐냈던 '축구 신동' 이강인은 2019년 6월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끄는 청소년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성장하며 팬들에게 뿌듯함을 심어줬다.


어린 시절 '탁구 신동'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신유빈.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요즘 젊은 선수들은 자신이 누군가의 팬임을 밝히는 걸 꺼리지 않는다. 신유빈도 자신이 방탄소년단(BTS)의 팬 클럽인 '아미'라고 여러 차례 소개했다. 이 사실이 알려져 BTS 뷔가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응원 글을 남기자 감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선을 다하되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여느 Z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탁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신유빈은 양보가 없다. 그는 지난해 3월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 조기 입단을 택했다. 주변의 우려가 적잖았으나 탁구로 승부를 보겠다는 신유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는 지난 1년간 쟁쟁한 실업팀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지옥의 볼박스(연속으로 탁구공을 받아치는 훈련)'를 악착같이 버텼다. 강문수(69) 대한항공 감독은 "신유빈은 평소엔 발랄하지만 탁구대에 서면 무서운 집중력을 보인다"며 "선배들과 비교해서 연습량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신유빈이 소속 팀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연습경기를 펼치고 있다. 인천=한진탁 인턴기자


도쿄올림픽 여정을 마무리한 신유빈의 눈은 2024년 파리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한국 여자 탁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메달이 없다. 메달도 메달이지만 남녀를 통틀어 유승민(39) 대한탁구협회장 이후로는 '최강' 중국이 두려워할 만한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강 감독은 "신유빈에게 현정화나 유승민의 어린 시절 모습이 보인다"며 "서비스를 보완하고 포핸드 활용도를 넓혀 수세적인 탁구가 아닌 공세적인 탁구로 경기를 주도해야 한다. 이런 점을 보완한다면 1~2년 후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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