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실손 출시 한 달... 저렴한 보험료에도 '판매량 3분의 1토막', 왜?

입력
2021.08.03 21:10
구독

7월 한 달간 4세대 실손 판매량 6.2만건?
3세대 실손 막차 수요 몰렸던 6월의 '10분의 1'
"팔수록 손해" 보험사 소극적인 태도도 한 몫

올해 월별 상위 5개 손보사 실손보험 판매건수(단위: 만 건)
(자료: 손해보험협회)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저조한 관심 속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입자의 자기부담금 비율을 크게 높이면서 '이전 상품보다 불리하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업계에서는 "예상된 결과"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 한 달 간 상위 5개 손해보험사(삼성·현대·KB·DB·메리츠)의 실손 판매 건수는 총 6만 2,607건이었다. 신규 가입 건수는 5만 2,108건이었고, 1~3세대 실손에서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한 건수는 1만 499건에 그쳤다.

통상 상위 5개 손보사의 판매량이 전체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전체 판매량은 8만 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5월 상위 5개사의 평균 실손보험 판매 건수가 20만 3,400건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특히 3세대 실손 '막차'를 타려던 반짝 수요가 몰렸던 6월의 경우 상위 5개 손보업체에서 57만 5,800건에 달하는 3세대 실손보험 상품이 팔렸다. 사실상 한 달만에 실손보험 상품 판매량이 10% 수준까지 주저앉은 셈이다.

상위 5개 손보사 7월 실손보험 판매 건수(단위: 만 건)
(자료: 손해보험협회)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냉담한 반응은 출시 전부터 우려됐다. '병원을 자주 갈수록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개념에 기초한 상품인 만큼 대다수의 1~3세대 기존 실손 가입자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비급여 항목을 대폭 축소한 것도 소비자에게는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의 경우 3세대에 비해 보험료가 10% 가량 저렴하긴 하지만, 차이가 몇 천 원 수준으로 크지 않아 유인효과가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가입 문턱을 크게 높인 것도 저조한 판매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최근 일부 보험사는 '최근 2년간 병원에 방문한 이력'이나 '보험금 합산액 50만원 초과'를 문제 삼아 가입을 거절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워낙 높아 '팔수록 적자'라는 인식이 강하다"라며 "최대한 건강한 사람을 가려서 받으려는 보험사 나름의 자구책인데, 당국의 간섭이 과한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4세대 실손 상품이 출시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실패를 단정짓기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3,900만 명이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을 정도로 시장은 포화상태"라며 "아직 4세대 실손 상품 판매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보험사도 있는 만큼, 최소 3~6개월 이상 지나야 판매 전망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