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립 훼손" 소명 부족한 최재형 출마 선언

입력
2021.08.05 04:30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미라클스튜디오에서 20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감사원장 임기 도중 사퇴한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4일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볼 수 없었다”며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사원장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이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지, 그것이 꼭 자신이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정치에 뛰어든 그의 행보는 여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최 후보는 “대통령 한마디에 적법한 절차 없이 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것, 매표성 정책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감사원은 아니지만 다른 공직에 청와대가 권한 없이 인사에 개입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마찬가지로 현 정권의 문제를 출마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원전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감사가 결국 자기 정치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다시 환기시킨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대변인은 “헌법정신을 저버린 부정한 출발”이라고 비난했다.

국가 비전은 보수층에는 다가갔을지 모르나 준비가 안 된 모습에 가까웠다. 그는 자유시장, 교육선택권, 선별 복지, 강력한 안보 등 교과서적인 보수의 비전을 밝혔고 가장 헌법가치에 충실했던 대통령으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꼽았다. 그러나 내용은 앙상했고 현실을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았다. 청년 정책에 대해 그는 “기업이 돈 잘 벌면 자연히 일자리가 늘고, 나라에 희망이 있으면 결혼과 출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 규제, 산업구조 재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묻는 질문엔 “더 공부하겠다” “고민하겠다”고 했다. 저성장과 불평등 심화, 인권의식 고조라는 시대의 변화는 못 보는 듯하다. 솔직함은 중요한 덕목이나 국가 리더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정치 초보자들이 유력 주자로 꼽히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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