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마가 끼친 1조원대 손실, 정부의 관리 소홀 때문이었다

입력
2021.08.03 18: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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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기나긴 장마로 발생한 댐 하류지역 수해에 대해 정부가 보상에 착수했다. 무려 1년 만의 보상 결정이다.

환경부는 3일 '지난해 8월 수해 원인 조사 결과'를 내놨다. 한국수자원학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진행한 조사다.

지난해 9월 강원 양양군의 한 도로가에서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퍼부은 비 때문에 유실된 자동차가 떠다니고 있다. 양양=뉴스1

지난해 9월 강원 양양군의 한 도로가에서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퍼부은 비 때문에 유실된 자동차가 떠다니고 있다. 양양=뉴스1


유례없이 긴 장마... 1조3천억 원 손실

지난해에는 중부지방에만 54일간 비가 퍼붓는 등 1973년 기상관측 이래 장마가 가장 길었다. 강수량도 687㎜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49명의 인명 피해가 났고, 재산 피해도 1조3,000억 원에 달했다. 평년 대비 3~4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0월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댐하류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를 구성해 피해가 컸던 △섬진강 유역과 섬진강댐·주암댐·동화댐 일대 △금강 유역과 용담·대청댐 등 일대 △황강·남강 등 유역과 합천·남강댐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총 158개 지구에서 8,356가구가 3,725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폭우로 무너진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배수장 인근 낙동강 둑에서 응급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남 창녕군 제공

지난해 8월 폭우로 무너진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배수장 인근 낙동강 둑에서 응급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남 창녕군 제공


"긴 장마 대비 전혀 없었다"

공통적인 피해 원인은 관리 소홀이었다. 대부분의 댐들은 준공 당시 계획방류량을 그대로 유지했을 뿐, 긴 장마 등 상황 변화에 맞춘 대비책이 댐 관리 지침이나 매뉴얼 등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비는 쏟아지는데 예년에 비해 초기 수위를 높게 유지하거나 아예 홍수기 제한 수위를 넘겨 운영한 댐도 있었다. 하류지역에 댐 방류 통보를 규정보다 늦게 한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올해 집중호우에 대비해 각 댐별로 별도의 상한수위를 설정하고, 댐 수위를 낮춰둔 상태다. 또 기후위기를 반영한 댐·하천 관리운영체계 마련도 추진키로 했다.

지난해 8월 전남 담양군 무정면에서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매몰된 주택과 차량이 처참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 담양=뉴스1

지난해 8월 전남 담양군 무정면에서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매몰된 주택과 차량이 처참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 담양=뉴스1


분쟁위 조정에 9개월 걸린다

이번 피해 보상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 4월 개정된 '환경분쟁조정법'의 첫 적용 대상이어서다. 조정법에 따라 환경분쟁조정을 신청, 분쟁위원회를 통해 보상받는다. 이미 경남 합천군, 청주시 등이 조정을 신청했고, 다른 곳도 신청 준비 중이다.

소송에 비해 절차가 간편해졌다지만, 어쨌든 의견 청취, 현장 조사, 분쟁조정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서 실제 보상을 받는데 시간은 다소 걸린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정사건의 법정 처리기간은 접수일로부터 9개월"이라며 "이번 사건은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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