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교관 24명 떠나라" 미국의 맞대응… 얼어붙는 미러 관계

입력
2021.08.03 10:30
수정
2021.08.0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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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러 대사 "비자 시한 둬 출국 강제" 주장
美 국무부 "체류 연장할 수 있어" 공식 부인
"러시아의 美 공관 인력 제재에 맞불" 해석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월 16일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라 그랑주'에 도착해 악수하고 있다. 제네바=AP 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월 16일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라 그랑주'에 도착해 악수하고 있다. 제네바=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24명에게 출국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목상 이유는 비자 만료지만, 러시아가 자국 내 미국 외교공관에서 근무하는 현지 인력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한 데 대한 ‘맞불’ 제재라는 해석이 많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미 외교전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비자 만료로 9월 3일 이전에 미국을 떠나야 하는 러시아 외교관 24명의 명단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안토노프 대사는 “미국이 갑자기 비자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며 “이들은 거의 모두 후임도 없이 워싱턴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 국무부가 지난해 12월 미국 주재 러시아 인력에 대해 근무 기한을 3년으로 책정했는데, 내가 아는 한 다른 어떤 나라에도 적용되지 않는 정책”이라며 미국이 비자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이 같은 주장을 공식적으론 부인하면서도, 미묘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외교관의 비자 유효 기간이 3년인 건 맞지만, 그 기한이 끝나면 자유롭게 체류 기간 연장 신청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먼저 미국 대사관에 가한 제재를 재차 언급했다. 상호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인상을 풍긴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올해 5월 미국 외교공관에서 자국민이나 제3국 국적 인력이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미국엔 이달 1일로 시한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러시아 현지 인력 182명을 1일 자로 해고해야만 했다. 이날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런 조치는 러시아 정부와의 외교 역량뿐만 아니라, 우리 인력의 안전과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우리에겐 러시아의 조치에 적절하게 대응책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번 러시아 외교관 비자 발급 문제가 보복 조치는 아니라고 덧붙였지만, ‘맞대응 성격이 짙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양국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및 연방기관 해킹 의혹,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체포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미국은 제재 차원에서 주미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했고, 러시아 정부도 미국 외교관 10명을 추방하며 맞불을 놨다. 당시 주재국을 떠났던 양국 대사는 6월 미러 정상회담에서 정상 간 합의를 통해 부임지로 복귀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불거진 외교 인력 제재 문제로 미러 관계에 또 하나의 갈등 요소가 쌓이게 됐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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