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상 2% 발병률 '정상압 수두증', 파킨슨병 동반 가능성

입력
2021.08.03 10:20
수정
2021.08.03 10:42
구독

정상 뇌(왼쪽)와 파킨슨병 환자의 뇌(오른쪽) PET 비교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정상 뇌(왼쪽)와 파킨슨병 환자의 뇌(오른쪽) PET 비교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수두증(Hydrocephalus)은 다소 생소한 병이지만 희소 질환은 아니다. 70세 이상에서 2% 정도 발생한다. 주증상으로 보행 및 배뇨장애, 기억 저하가 나타나는 탓에 파킨슨병과 혼동하기 쉽지만 수술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수두증을 이해하려면 우선 뇌 속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 뇌는 단단한 두개골 안의 공간에서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이라고 하는 액체에 떠 있는 상태로 위치해 있다.

이 뇌척수액이 뇌가 두개골에 눌리지 않도록 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여러 신경호르몬을 전달해주고 노폐물을 제거해준다.

뇌척수액은 뇌실(腦室ㆍcerebral ventricle)에 존재하는 맥락총(脈絡叢·choroid plexus)이라는 부분에서 생성돼 뇌 주변을 순환한 뒤 거미막 융모에서 흡수된다. 뇌척수액이 많이 생성되거나 잘 흡수되지 않으면 뇌실 내 적정량인 120~150mL를 유지하지 못하고 점점 축적된다.

이런 상태를 수두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뇌척수액의 압력이 정상 범위인데도 수두증이 나타나는 것을 ‘정상압 수두증’이라고 한다. 정상압 수두증은 70세 이상에서 100명 중 2명에서 볼 수 있는 비교적 흔한 병이다. 간혹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잘못 진단되기도 한다.

정상압 수두증은 과다 축적된 뇌척수액을 제거해주면 뇌 조직 압박이 줄어들어 증상이 호전된다. 이를 위해 먼저 요추 사이 공간에 주사 바늘을 찔러 뇌척수액을 빼내는 간단한 시술로 증상의 호전 여부를 확인한다.

하지만 뇌척수액은 뇌 안에서 계속 만들어지므로 일반적으로 배액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시술 후 증상이 호전되면 뇌척수액을 복강으로 빼주는 션트(shunt) 수술로 정상압 수두증을 치료한다. 파킨슨병의 경우에는 약물 요법이 주된 치료이나 정상압 수두증에서는 약물 요법이 효과가 없다.

일반적으로 정상압 수두증은 파킨슨병이 동반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최근 정상압 수두증 환자에게서 파킨슨병이 동반된 사례를 미국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7월호에 실었다.

정상압 수두증 환자이면서 파킨슨병이 동반된 이 환자는 요추 사이 공간을 통한 뇌척수액 배액술 후 보행장애가 크게 개선돼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됐다.

그런데 REM수면행동장애(수면 상태에서 비정상적으로 근육의 긴장이 낮아지지 않아 꿈의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증상)와 서동증(徐動症ㆍ행동 느림)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도파민 운반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에서도 파킨슨병이 의심되는 결과가 확인됐다.

박영호 교수는 “정상압 수두증인데 파킨슨병이 동반된 환자는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을 받았지만 REM수면행동장애와 서동증이 심해 시행한 PET 검사에서 파킨슨병 소견이 나타나 뇌척수액 배액과 함께 파킨슨병 약제를 복용하며 증상이 더욱 개선된 경우”라고 했다.

박 교수는 “정상압 수두증은 이처럼 수술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노년기에 기억 저하와 함께 보행 및 배뇨장애가 나타나면 정상압 수두증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특히 정상압 수두증을 앓더라도 REM수면행동장애가 있거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면 파킨슨병이 동반되는 것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