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 유독 도마에 강할까

입력
2021.08.02 22:29
수정
2021.08.02 22:3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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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체조 도마 결선에서 신재환이 연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체조 도마 결선에서 신재환이 연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도마는 한국 체조의 주력 종목이다. 한국 체조는 곧 ‘도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 나온 것도 도마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박종훈이 도마에서 첫 동메달을 수확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는 유옥렬이 또 동메달을 땄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은 더욱 금이 가까웠다. 여홍철은 당시 세계 최고 난이도 기술인 ‘여1’과 ‘여2’ 기술로 첫 금메달을 노렸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여홍철은 착지에서 결정적 실수로 은메달을 땄다.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던 여홍철의 모습은 여러 팬의 마음에 지금도 애잔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체조 사상 첫 금메달도 도마에서 나왔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양학선은 자신의 기술 ‘양1’을 성공시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서정과 신재환이었다. 여서정이 여자 도마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딴 데 이어 2일 신재환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8년 박종훈을 시작으로 33년 동안 이어진 ‘도마의 전통’이 2021년 여름 도쿄에서 다시 한번 꽃으로 피어났다.

한국 도마는 세계선수권에서 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유옥렬이 1991년, 1992년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고 양학선이 2011년과 2013년 대회에서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도마 외의 금메달을 딴 종목은 평행봉(1999년 이주형, 2007년 김대은)뿐이다.

한국 체조가 올림픽에서 도마 종목에서만 메달을 딴 것은 아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이주형이 평행봉과 철봉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고, 2004년 아테네에서는 김대은과 양태영이 개인종합에서 각각 은·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유원철이 평행봉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유독 도마에 강할까. 체조 종목 중 도마를 제외한 안마, 링, 마루, 철봉 등 다른 경기에서는 반드시 넣어야 하는 기술이 종목당 8~10개 되는 반면 도마는 한 번 연기할 때 한 가지 기술을 연기한다. 한국이 체조 종목 집중 육성을 시작한 1980년대만 하더라도 국제대회는 미국과 러시아(당시 소련), 유럽 등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 많은 기술이 들어가는 종목에서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깔끔하게 한 가지 기술로만 평가받는 종목인 도마를 전략적으로 키운 측면이 있다.

여기에 마루, 철봉 등 다른 종목은 팔, 다리가 긴 선수가 확실히 더 유리한 판정을 받았는데 이런 면에서 한국 선수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반면 도마에서는 오히려 하체 힘이 좋은 한국 선수들이 도약할 때 유리했다.

선배들의 역사도 이어졌다. 고유기술 ‘양학선’은 여홍철의 기술 ‘여’를 업그레이드 시킨 기술이다. 신재환은 2차 시기에서 ‘여2’를 시도했고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종훈, 유옥렬, 여홍철, 양학선과 같은 스타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서 후배들이 더욱 도마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한충식 대한체조협회 부회장은 “도마는 연기 시간이 4초 정도밖에 안 걸리고, 한 가지 기술에만 집중하면 돼 선수들이 선호한다”면서 “특히 선배가 메달을 따면 그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시켜 나가다 보니 계속해서 메달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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