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금빛 1260도 턴... 한국 체조 '간판' 꿈 이룬 신재환

입력
2021.08.02 19:42
수정
2021.08.02 19:4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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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 '도마' 1·2차 평균 14.783점 우승
2위와 동률 이뤘으나 스타트 난도서 갈려
2012년 양학선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
우여곡절 끝 도쿄 진출... '언더독'의 반란

신재환이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체조 도마 예선전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신재환이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체조 도마 예선전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도마'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 남자 체조 국가대표 신재환. 도쿄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밝혔던 포부

'언더독' 신재환(23·제천시청)이 극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남자체조의 '황제 계보'를 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제패했던 양학선(29·수원시청)에 이어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 금메달의 쾌거다.

신재환은 2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기록하며 2위 데니스 아블라진(28·러시아올림픽위원회)과 동률을 이뤘으나, 스타트 난도 점수에서 아블라진(5.6점)에 0.4점 앞서 1위에 올랐다. 3위는 14.733점을 기록한 아르투르 다브티안(28·아르메니아)이었다.

신재환은 결선에 참가한 8명의 선수 중 6번째로 도마 앞에 섰다. 앞서 열린 예선에서도 신재환은 1, 2차 시기 평균 14,866점을 기록하며 전체 1위로 결선에 진출해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신재환은 이날 예선과 같이 난도 6.0점짜리 '요네쿠라(도마 옆 짚고 공중에서 3바퀴 반 비틀기)' 기술과 5.6점짜리 '여2(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비틀어 내리는 기술)'를 완벽하게 선보였다. 신재환은 1차 시기에서 세 바퀴(1080도)에 반 바퀴(180도)를 더한 1,260도의 요네쿠라 기술을 선보였으나 긴장한 듯 착지에서 흔들리며 14.733점을 받았다. 0.1점이 감점됐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서는 안정적으로 착지하며 14.833점을 기록해 1, 2차 평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신재환 바로 뒤에서 경기를 치른 아블라진은 1, 2차 모두에서 난도 5.6점짜리 기술을 신청했다. 아블라진은 안정적 착지로 신재환과 점수에서 동률을 이뤘으나, 1차에 신청한 기술 난도가 신재환보다 낮아 은메달에 그쳤다.

신재환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거머쥐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재환은 2018~20년 도마 종목에서 국제체조연맹(FIG) 랭킹 1위를 뺏기지 않으며 도쿄행이 확정적이었다. 지난해 호주 멜버른, 아제르바이잔 바쿠 월드컵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가량 연기되고, FIG 측이 올림픽 개막 불과 한 달 전 카타르 도하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이 대회 성적이 사실상 도쿄행을 좌우하게 됐다.

월드컵에서 신재환과 맞붙었던 건 요네쿠라 기술의 창시자이자 라이벌인 요네쿠라 히데노부(24·일본)였다. 히데노부는 이 대회에서 1위에 올랐고 신재환은 5위에 그치며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졌다. 두 선수가 세계랭킹 포인트 동률(85점)을 기록한 것. 하지만 신재환은 동률일 경우 상위 3개 대회 점수 합산으로 순위를 결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가까스로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신재환이 아닌 한국 체조 사상 최초의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학선만큼이나 신재환의 메달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언더독'이었다.

12세에 체조를 시작해 부상 등 부침을 겪었지만, 신재환이 금메달을 목에 건 데는 그의 지칠 줄 모르는 끈기와 노력, 그리고 연습이 있었다. 출발부터 착지까지 불과 4초 만에 끝나는 도마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순간적인 근력과 집중력이다. 눈깜짝할 새 5년간 노력의 성과가 판가름 나는 만큼, 그는 훈련에 매진했다.

신재환은 매일 한 시간이 넘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이 악물고 뜀틀을 뛰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체력왕'으로 소문이 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깜짝'이 아닌 준비된 금메달이었던 셈이다.

양학선도 올림픽을 앞두고 후배 신재환에 대해 "지치지 않는 체력이 부럽다"며 "연습할 때 보면 10번을 뛰어도 힘들어하지 않는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신재환도 양학선을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꼽았다. 신재환은 "(양)학선이 형은 내가 도마를 뛸 때마다 세세하게 체크해준다"며 "특히 큰 경기를 앞두고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지 알려줘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한편 한국 체조는 이번 대회를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로 마무리하며 양궁, 펜싱에 이은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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