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로 원격연수 허용했더니.. 교사 1670명, '꼼수' 이수하고 성과급 챙겼다

입력
2021.08.03 07:00
수정
2021.08.03 14:3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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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여러 개 띄워 6시간 과정 57분 만에 이수
부정 연수 실적 성과급과 승진에도 활용
부정 수강 학생들엔 "결석 처리" 이중 잣대

여러 브라우저를 열어 연수 동영상을 동시에 편법 이수하는 모습 . 박찬대 의원실 제공

여러 브라우저를 열어 연수 동영상을 동시에 편법 이수하는 모습 . 박찬대 의원실 제공

1,600명이 넘는 현직 교사들이 브라우저를 여러 개 띄우거나 PCㆍ모바일로 중복 접속하는 등의 편법을 동원해 ‘원격 직무연수’ 과정을 엉터리로 이수하고 성과급마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원격 수업을 부정 수강하면 결석 처리하는 등 학생들의 비위 행태에는 엄정 대응하는 교육당국이 정작 모범이 돼야 할 교사들의 도덕적 해이는 방치한 셈이다.

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와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원격 연수를 부정 이수한 교사는 전국 초ㆍ중ㆍ고교 및 유치원을 합쳐 1,670명에 달했다. 교장 35명, 교감 31명도 부정 이수자 명단에 포함됐다.

6시간 과정, 57분 만에 '초고속' 이수

충남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5월 18일 편당 7~20분짜리 한글 교육 연수 동영상 42개를 불과 57분 만에 이수했다. 영상을 모두 시청하려면 6시간 25분이 걸린다. 경기 지역 한 고교 교사도 5월 3일 고교학점제 등에 관한 연수 동영상 50개(3시간 13분)를 51분 만에 비정상적으로 이수했다.

교육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해부터 집합 교육으로 실시되던 교원 직무 연수를 대거 원격으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연수 동영상은 한 번에 하나씩만 이수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부정 이수 교사들은 익스플로러 등 여러 브라우저를 동원해 연수 시스템에 중복 로그인하거나 기기 여러 대를 사용해 동시 로그인하는 수법으로 기술적 제한을 간단히 우회했다. 심지어 일부 연수 과정은 동영상을 최대 4배나 빨리 재생해도 실적으로 인정해줬다.


편법 연수 실적, 성과급·승진에도 활용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엉터리로 취득한 연수 실적이 성과급 수령 및 승진에 활용됐다는 점이다. 교사가 연수를 대충 받으면 교육의 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부는 부정 이수 실적으로 승진한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후속 대처에는 법적 어려움을 들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연수를 다시 받는 방안에 대해서도 몇 달째 검토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월 한 교사가 시스템 허점을 발견해 관할 교육청에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국회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5월 말에서야 부랴부랴 보안 강화에 나섰으나, 지금도 파이어폭스 등 일부 브라우저에선 동시 로그인이 가능해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다.

15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원격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15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원격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부정 수강 학생엔 "결석 처리" 이중 잣대

교육당국의 교사 감싸기 행태는 ‘e학습터’나 ‘EBS온라인 클래스’ 등 원격 수업에서 부정 수강을 하다 적발된 학생에게 결석 처리 등 엄격한 처벌을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박 의원은 “교원 연수는 고교학점제 등 교원 전문성 신장 및 각종 평가에 반영되는 만큼 형식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시스템 개선과 함께 부정하게 실적을 쌓은 교원에게 재이수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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