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 한국 육상에 새 역사... 전세계 4번째로 높이 뛰었다

입력
2021.08.01 22:38
수정
2021.08.01 23:27
2면

높이뛰기 결선 2m35로 4위?
25년만에 올림픽 육상 결선 올라?
24년만에 한국신기록 갈아치워

우상혁이 1일 오후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승전에서 4위를 차지한 뒤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취재단

우상혁이 1일 오후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승전에서 4위를 차지한 뒤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취재단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한국 육상의 새역사를 열었다. 한국 육상·트랙필드 선수로 25년 만에 출전한 올림픽 결선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올림픽 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우상혁은 1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 기록인 2m35를 작성하며 메달권 바로 밑인 4위를 차지했다. 종전 한국 기록은 1997년 6월 20일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이진택이 세운 2m34였다.

올림픽에서 한국 높이뛰기 최고 기록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이진택이 세운 2m29(8위)였지만, 우상혁이 25년 만에 기록과 순위를 모두 갈아치웠다.

우상혁은 경기 후 “열심히 준비했고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무조건 믿고 있었고 의심하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30일 예선에서 2m28을 넘어 전체 9위로 결선에 나선 우상혁은 이날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다. 우측으로 돌아 왼발로 사뿐하게 점프하며 2m19, 2m24, 2m27, 2m30 바를 모두 1차 시기에 넘었다. 우상혁보다 최고기록(2m35)이 좋은 도베 나오토(일본)조차 2m27을 3번의 기회 내 넘지 못하며 일찌감치 탈락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2m31)을 넘어선 우상혁은 2m33도 두렵지 않았다. 첫 시도에선 허리부터 바에 닿으면서 넘지 못했지만, 2차에서 바를 스치듯 지나면서 성공했다. 올 시즌 최고 기록(2m37)을 이룬 일리야 이바뉴크(러시아올림픽위원회)조차 3번 기회에서 2m31 바를 넘지 못했다.

우상혁에겐 이제 남은 도전은 1997년 6월 20일 제26회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이진택이 수립한 2m34뿐이었다. “높이뛰기 하면 우상혁이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우상혁은 이진택 기록보다 1㎝ 높은 2m35까지 첫 시도 만에 넘으면서 한국기록마저 손쉽게 24년 만에 넘어섰다.

2017 런던ㆍ2019 도하 세계선수권 2연패를 이룬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이 2m37을 넘어서며 우상혁은 또다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야만 했다. 첫 시도에서 살짝 미소를 보인 우상혁은 기합을 넣으며 점프했지만, 허벅지가 걸리면서 바를 넘지 못했다. 1차 실패로 순위가 4위로 밀린 우상혁은 메달 획득을 위해 2차 시기에서 2m37이 아닌 2m39를 선택해야만 했다.

우상혁은 마지막 기회인 3번째에서 “할 수 있다. 꼭 한다. 렛츠고”를 외치고 미소를 띠며 몸을 날렸지만, 허벅지가 걸리면서 그의 도전은 끝이 났다. 우상혁은 곧바로 일어나 거수경례를 한 뒤 밝은 표정을 지으며 꿈만 같은 자신의 2번째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바르심과 지언마크로 탐베리(이탈리아), 막심 네다세카우(벨라루스)가 모두 2m37을 넘었지만 바르심과 탐베리가 모든 시기의 성공과 실패가 같아 공동 금메달을, 실패가 많았던 네다세카우가 동메달을 각각 획득했다. 우상혁은 4위에 머물렀지만 이젠 본격적으로 세계 정상권 선수로 발돋움하게 됐다.

2016 리우 대회에서 예선 22위(2m26)에 그쳐 결선에 오르지 못한 우상혁은 이번 대회 출전이 도전이었다. “올림픽 출전권만 얻으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다”던 그는 랭킹 포인트 인정 마지막 날인 지난 6월 29일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우며 간신히 도쿄행 티켓을 획득했다.

높이뛰기 선수로서 부족한 신체조건조차 극복한 선수다. 8세 때 교통사고를 당해 100바늘 이상을 꿰맸는데, 후유증으로 오른발(265㎜)이 왼발보다 10㎜ 짧게 됐다. 걷거나 뛸 때 몸의 밸런스가 흐트러지지만 그는 외발서기 등 균형 훈련을 꾸준히 하며 짝발을 극복했고, 높이뛰기 선수로는 작은 키(188㎝)도 그에겐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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