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질주…볼트 떠난 자리, 이탈리아 탄환이 채웠다

입력
2021.08.01 22:39
이탈리아 마르셀 라몬트 제이콥스?
남자 100m 결선 9초80으로 정상에

이탈리아의 마르셀 라몬트 제이콥스가 1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결선에서 우승한 뒤 웃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우사인 볼트(35·자메이카)가 떠난 자리, 새로운 ‘인간 탄환’ 타이틀은 이탈리아 마르셀 라몬트 제이콥스(27)가 꿰찼다. 미군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이콥스는, 그가 태어나자 마자 아버지가 주한미군으로 파병된 뒤로 한국 대신 어머니 고향인 이탈리아로 넘어갔다. 10세 때 운동을 시작한 뒤로 육상과 농구가운데 진로를 고민하다가 육상을 택한 그는,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그의 별명(Crazy)처럼 '말도 안 되는' 질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됐다.

제이콥스는 1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80으로 정상에 섰다. 영국의 자넬 휴스(26)가 부정출발로 실격 당한 이후, 7명이 다시 출발한 레이스에서 제이콥스의 출발이 빠르진 않았으나 중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오더니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단거리 2관왕(100m·200m)이후 3연패를 이루고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9초58의 세계기록을 아직도 보유하는 등 지난 10여년 간 세계 육상 남자 단거리를 지배한 볼트가 떠난 자리를 그가 채운 것이다.

이탈리아 지역지 꼬리에레 브레시아에 따르면 제이콥스는 한 살 때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다. 그의 모친은 16세 때 자신보다 두 살 많은 미국 텍사스 출신의 군인 남편을 만나 남편 고향으로 떠났다. 그러나 결혼 3년 뒤 제이콥스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는 한국으로 떠났고, 제이콥스 모친은 제이콥스를 데리고 이탈리아로 넘어와 그를 키운 것으로전해졌다. 멀리뛰기를 병행하는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이름을 '말도 안되는 멀리뛰기 선수(crazy long jumper)로 설정하는 등 자신의 별명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날 남자 100m에선 미국의 프레드 컬리(26)가 9초84로 은메달, 캐나다의 안드레 드 그라세(27)가 9초89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준결선에서 9초83의 기록을 쓰며 아시아인 최초로 9초9대 벽을 뚫어낸 중국의 쑤빙톈(32)은 결선에서 9초98로 6위에 머물렀다. 볼트가 후계자로 지목했던 트레이본 브로멜(26·미국)은 준결선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에 못 미치는 10.00을 기록, 아예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한편 전날 여자 100m에선 자메이카의 일레인 톰프슨(29)이 33년 만에 올림픽 기록을 깨며 새 역사를 썼다. 기존 100m 올림픽 기록(10초62)은 지금은 고인이 된 여자 육상의 전설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가 1988 서울올림픽에서 작성한 것이다. 이후 10초50대에 진입하는 여자 육상선수 조차 나타나지 않으면서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톰프슨은 이보다 0.01초 빠른 10초61로 결승선을 통과,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금메달을 획득했다.

도쿄=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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