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입자 강제퇴거 유예 조치' 결국 종료… 정치·경제 후폭풍 확산 기로

입력
2021.08.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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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세입자 보호' 조치 7월 말 종료
민주당 의회·백악관 책임공방... 퇴거 급증 우려

엘리자베스 워런(앞줄 오른쪽)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같은 당 코리 부시 하원의원을 안아주고 있다. 부시 의원은 미국 세입자 강제 퇴거 유예 조치가 이날 자정 종료되는 데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워런(앞줄 오른쪽)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같은 당 코리 부시 하원의원을 안아주고 있다. 부시 의원은 미국 세입자 강제 퇴거 유예 조치가 이날 자정 종료되는 데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자정(현지시간)이 시한이었던 미국 세입자 강제 퇴거 유예 조치가 결국 종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재확산 위기 속에 지금까지 살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미국인이 수백만 명 이상이다. 이번 종료 사태 후 민주당 의회 지도부와 백악관 간 책임 공방에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불협화음까지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강제 퇴거를 당하는 사람이 늘어날 경우 사회·경제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30일 세입자 퇴거 유예 시한을 다시 한번 연장하는 법안 통과를 시도했으나 공화당 반대에 막혔다. 작년 9월 도입된 퇴거 유예 조치는 올해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선 한 달을 연장한 뒤 추가 연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의회 승인을 퇴거 유예 조치 연장 조건으로 못 박았고, 7월 31일 시한을 이틀 앞둔 시점까지도 백악관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판이 어그러졌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서 집세를 내지 못한 세입자를 상대로 제기된 퇴거 요구 소송만 45만 건 이상에 달한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 숫자는 유예 조치 종료 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구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1,100만 명의 성인이 집세를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NYT는 덧붙였다.

의회와 백악관 간 책임 공방도 시작됐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달 30일 “정말 우리는 이에 대해 어제서야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백악관이 유예 조치 연장에 실패하자 막판이 돼서야 의회에 공을 넘겼다는 것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협조도 원활하지 않다. NYT는 “47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 긴급 임대료 지원 프로그램은 30억 달러만 지출했다”며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현금의 약 7%만 투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금이 있는데도 일부 주(州)가 소극적이어서 세입자와 집주인 보호에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각 주와 지방정부는 가능한 한 모든 퇴거를 막기 위해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주 등은 자체적으로 강제 퇴거 유예 기한을 연장했다. 미 연방정부 주요 부처도 9월 말까지 퇴거 유예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판사들이 퇴거소송 사건을 천천히 진행시키고, 긴급 임대료 지원 프로그램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 실제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은 줄어들 수도 있다.

물론 집세를 받지 못하던 집주인들의 어려움 역시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샌디에이고에서 16곳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셰이커 비스와나단(65)은 NYT에 “그들은 ‘당신은 퇴거시킬 수 없다’고만 한다. 우리는 여전히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유예 조치로 집주인도 피해를 봐 온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였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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