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장질환, 20~30대가 40%”… 잦은 복통ㆍ혈변 생기면?

입력
2021.08.01 20: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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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병'으로 불리는 염증성 장 질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0~30대 환자가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환자가 많아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선진국병'으로 불리는 염증성 장 질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0~30대 환자가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환자가 많아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변비로 일주일에 한 번 화장실을 가기도 힘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잦은 장 트러블로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장의 상태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이 중 설사를 자주 하거나 배가 아픈 사람은 ‘염증성 장 질환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선진국병’으로 불리는 궤양성 대장염ㆍ크론병ㆍ베체트병 등 염증성 장 질환을 앓는 젊은이가 점점 늘고 있다. 염증성 장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6년 5만7,416명에서 2020년 7만3,959명으로 28%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 중 20~30대가 39%를 차지해 젊은 층 발병률이 높았다.

특히 크론병은 2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고, 30, 4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크론병이 10~30대 젊은이들에게 많이 나타나 ‘젊은이 병’으로 불린다. 궤양성 대장암은 전 연령대에 걸쳐 분포하지만 20~30대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윤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인스턴트식품 과다 섭취 등으로 최근 젊은 층에서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젊은 나이에 염증성 장 질환이 발생하면 합병증과 예후까지 여러 측면에서 장년층 환자보다 좋지 않다”고 했다.

◇감자튀김ㆍ탄산음료 많이 먹다간

염증성 장 질환은 위장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베체트병 등이 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소장ㆍ대장에서 주로 생기고 염증이 깊으며 띄엄띄엄 분포한다. 크론병은 국내에서 희소 질환으로 분류될 만큼 발병률이 높지 않았는데 최근 환자가 부쩍 늘면서 연간 2만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크론병의 주증상은 복통, 설사, 전신 나른함, 혈변, 발열,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등이 있다. 3명 중 1명꼴로 농양 혹은 누공(瘻孔) 등 항문 주위 질환이 발생한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 초기 증상이 과민성장증후군과 유사해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민성장증후군은 잠자는 동안 복통이나 설사가 드물고, 체중 감소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궤양성대장염도 크론병과 증상이 비슷하다. 묽은 변이나 설사에 혈액과 점액이 함께 발견된다. 궤양성대장염이 직장을 침범하면 설사와 반대로 변비나 잔변감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들 염증성 장 질환을 방치하다간 증상이 악화되면 장 폐쇄ㆍ천공(穿孔)ㆍ대장암ㆍ치루(痔瘻)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나수영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설사나 복통이 생기면 대부분 과음ㆍ과식ㆍ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여기고 가볍게 넘기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어릴 때 증상이 처음 나타나기 시작해 완치하기 어렵고 자주 재발하기 때문이다.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리면 식욕 감퇴와 영양 결핍으로 인해 신체 활동이 떨어지고 근력까지 줄어든다. 윤혁 교수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 환자 79명(평균 나이 30세)을 분석한 결과, 51%(40명)에서 근감소증이 나타났다”며 “염증이 심한 환자일수록 근감소증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또한 감자튀김ㆍ탄산음료 등 정크푸드를 즐겨 먹을수록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생체의학연구소 연구팀이 국립건강설문조사에 참여한 18~85세 3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로 미국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PLOS ONE’에 발표됐다.

◇효과 좋은 생물학적 제제 나와

다행히 난치성인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가 많이 나왔다. 항염증제ㆍ부신피질 호르몬제ㆍ면역 조절제ㆍ항생제ㆍ생물학적 제제 등이다. 특히 염증 발생에 관여하는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TNF-알파 억제제 등의 생물학적 제제는 증상 완화뿐만 아니라 점막 치유 효과가 높아 많이 쓰이고 있다.

TNF-알파 억제제로는 애브비의 ‘휴미라(아달리무맙)’, 얀센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맵)’ 등이 있다. 인터루킨 억제제인 얀센의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와 항인테그린제제인 다케다제약의 ‘킨텔레스(베돌리주맙)’, 경구용 치료제인 JAK 억제제 화이자의 ‘젤잔즈(토파시티닙)’ 등도 있다.

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990년대부터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TNF-α를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획기적인 치료약”이라며 “특히 최근 먹는 약으로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이용한 JAK 억제제가 나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약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수술해야 한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은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어서 환자의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ㆍ경제적 고충도 크다”며 “특히 사회ㆍ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젊은 환자가 많아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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