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아랫배 통증… 맹장염인줄 알았더니 ‘대장게실염’

입력
2021.07.31 18:02
수정
2021.07.3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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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하 대장게실염 환자가 25%일 정도로 젊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40대 이하 대장게실염 환자가 25%일 정도로 젊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집에서 주로 지내는 A(32ㆍ여)씨는 최근 몸무게가 불어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오른쪽 아랫배를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지속됐다. 맹장염(충수돌기염)인줄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게실염’ 진단을 받았다.

대장게실염은 대장 게실(憩室)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게실은 대장 벽 일부가 선천적으로 약한 상태에서 대장 내압이 증가해 바깥쪽으로 풍선처럼 튀어나온 공간이다.

왼쪽 대장 게실은 식습관ㆍ변비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후천적으로 생긴다. 서양에서는 좌측 결장 게실이 90%를 차지하지만, 동양에서는 우측 결장 게실이 75% 이상 차지한다. 보통 좌측 게실은 후천적, 우측 게실은 선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게실은 ‘진성 게실’과 ‘가성 게실’로 나뉜다. 게실 벽이 근육 층을 포함한 대장 벽의 전층을 포함하면 진성 게실, 대장 벽의 점막과 점막하층에 국한되면 가성 게실인데, 대부분 가성 게실이다.

가성 게실은 대장 내압 증가가 직접적인 발생 원인이다. 고기 위주의 저섬유질 음식을 주로 먹으면 대변의 양이 적고 응집돼 대장이 과도한 분절 운동을 하면서 내압이 증가해 문제를 일으킨다. 증가한 내압이 게실을 생기게 하는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젊은 대장게실염 환자도 늘고 있다.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연구팀이 대장게실염 환자 200명을 조사한 결과, 40대 이하 환자가 26.5%였고, 이들 젊은 환자의 대다수가 복부 비만이었다.

게실이 생겼다고 모두 치료할 필요는 없다. 대장 게실이 있는 사람 가운데 85% 정도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장 게실 자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게실 입구가 대변이나 음식물 같은 오염물로 막히면 염증이 생겨(대장게실염) 심한 복통이나 구토, 설사, 복부 팽만감 등이 생기고 발열ㆍ오한 등도 동반된다. 심하면 게실에 구멍이 나거나 주변부에 농양을 형성해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장게실염의 초기 증상은 국소적인 복통과 미열이다. 대장의 맹장 부위에 생긴 게실염이라면 급성 충수염과 혼동되기 쉽다. 게실염은 급성 충수염에 비해 증상 발현 시기가 비교적 불분명하고 이전에도 비슷한 증상이 생겼을 때가 많다.

또 통증 부위가 오른쪽 아래 복부보다 조금 더 위쪽이면서 동시에 측면으로 치우친다는 특징이 있다. 정확히 진단하려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서승인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게실염은 대장 탄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최근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에게도 많이 발생한다”며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하루 20~30g의 식이섬유를 섭취해 장내 압력을 줄이는 것이 도움 된다”고 했다.

대장게실염 증상이 가볍고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항생제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통원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입원 후에 수액과 항생제 치료를 시행한다. 필요하면 금식 등 엄격한 식단 관리로 음식물에 의한 염증 악화를 막고 장을 쉬게 해 주는 치료도 병행한다.

약물 치료 효과가 없거나 자주 재발되는 게실염이라면 수술을 해야 한다. 서 교수는 “대장게실염은 조기 발견해 항생제 치료를 적절히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방치하다가 장폐색이나 복막염 등의 합병증으로 번지게 되면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장게실염은 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 육류를 줄이고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적당한 운동과 금연,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변비가 있다면 이를 개선해 장내 압력을 높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장게실염을 앓았다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며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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