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해방 노래한 '나부코' 광복절 맞아 공연

입력
2021.07.30 13:25
수정
2021.07.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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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2~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스테파노 포다 연출의 "영적인 오페라"

유대인들의 핍박과 민족 해방 정신을 그린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유대인들의 핍박과 민족 해방 정신을 그린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기원 전 6세기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바빌론의 포로가 되어 낯선 땅으로 끌려갔다. 이른바 '바빌론 유수(幽囚)'로 불리는 사건이다.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는 이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무대 위에서 노예 신분의 유대인들은 자유를 갈망하며 노래한다. "가거라 나의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우리 조국의 비탈과 언덕으로 날아가 쉬어라. 오, 너무나 사랑하는 빼앗긴 조국이여!"

민족 해방을 노래한 오페라 '나부코'가 광복 76년을 맞아 다음달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립오페라단이 16년 만에 올리는 전막공연이다.

베르디가 이 작품을 작곡, 공개한 1842년은 이탈리아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와 나폴레옹의 지배를 시절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한국에서 '나부코' 공연은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작진은 '나부코'가 "단지 정치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강조했다.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나부코'의 스테파노 포다 연출은 "예술은 보편적인 언어를 이야기하는 것일뿐 정치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관객에게 무대 위 무언가에 대한 시각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포다 연출은 "물론 억압하는 자와 억압당하는 자의 도식이 (인류 역사상 꾸준히)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그런 (이분법적인 구분) 작업은 작품의 의미를 축소시킬 뿐"이라고 했다.

'나부코'의 스테파노 포다 연출은 "역사를 보면 많은 민족들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유사한 감정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이탈리아와 한국에는 피지배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는데 자극이 됐던 민족의 정서가 유사하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나부코'의 스테파노 포다 연출은 "역사를 보면 많은 민족들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유사한 감정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이탈리아와 한국에는 피지배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는데 자극이 됐던 민족의 정서가 유사하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그래서 이번에 공연되는 '나부코'는 해석의 여지가 넓다. 포다 연출은 "극은 어떤 사람이나 민족을 선하고 악하다고 규정하지 않는다"면서 "그보다는 개인 내면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회심이 주요 관심사"라고 했다. 그래서 '나부코'는 종교적이지도, 세속적이지도 않고 "다만 영적인 작품"으로 연출될 전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 무대에 오르는 '나부코'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서인 한(恨)을 작품에 담았다. 대표적으로 의상과 무대 곳곳에 한국적인 미학이 표현될 것으로 보인다. 포다 연출은 자신이 이해한 한의 개념을 두고 "정치적이거나 역사적인 가치라기 보다는 어떤 패러다임이라고 보이는데, 내면에서 머물며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아픔과 존중받을 만한 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한의 정서는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 요인"이라고도 했다.

포다 연출은 무대와 의상, 조명 등을 모두 직접 챙기는 연출가로 유명하다. 국내 공연으로는 국립오페라단의 '안드레아 셰니에'(2015), '보리스 고두노프'(2017)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나부코'의 지휘는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바볼로니아의 왕 나부코 역에는 바리톤 고성현과 정승기가, 아비가일레와 페네나 역에는 각각 소프라노 문수진과 박현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와 최승현이 캐스팅됐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이 무대에 오른다.

14일 공연은 크노마이오페라LIVE(https://c11.kr/qbji)를 통해 실시간으로 온라인 생중계(유료)될 예정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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