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제철소 심장’ 용광로도 바꾼다

입력
2021.08.01 15:00
새로 이식할 심장은 '수소환원제철'
철강산업 역사를 다시 쓸 꿈의 기술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도전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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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산업이 태동한 포항제철소에서는 4개의 초대형 용광로가 가동되고 있다. 제철소의 심장으로 불리는 용광로들은 2050년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해야 한다. 포스코 제공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쇳물을 생산하는 단일제철소 두 곳이 한국에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다. 광양제철소는 지난해 1,970만 톤, 포항제철소는 1,622만 톤의 조강(가공되지 않은 강철) 생산량으로 각각 세계 최대 단일제철소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곳 모두 용광로라 불리는 고로(高爐)에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제선공정과 이 쇳물을 한 번 더 정제하는 제강공정으로 강(Steel)을 생산한다. 철강사들은 이런 용광로를 ‘제철소의 심장’에 비유한다.

광양제철소에는 고로가 5기, 포항제철소에는 4기가 있다. 이 중 ‘광양 1고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고로다. 포스코는 내용적 5,500㎥ 이상인 전 세계 초대형 고로 15기 중 광양 1고로를 포함해 총 6기를 소유했다. 철강산업 불모지에서 시작해 글로벌 철강사로 우뚝 서기까지 이 같은 용광로는 절대적인 존재였는데, 포스코는 지금 용광로를 없앨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용광로의 불을 함부로 끌 수는 없다. ‘산업의 쌀’인 철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조강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제철소의 환경적 한계를 극복할 해법으로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을 꺼내 들었다. 용광로를 대체할 새로운 심장이다.

‘수소환원제철’ 2050년 상용화 목표

1일 포스코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은 연료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제선공법이다.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고도 쇳물 생산이 가능한 수소환원제철은 곧 용광로의 종말을 의미한다. 석탄과 철광석을 한데 넣고 녹여 환원반응을 일으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연료와 원료를 용광로에 넣기 전 가공하는 소결 및 코크스 공정 역시 사라지게 된다. 전로도 무의미해진다. 전로는 용광로에서 생성한 쇳물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데 수소환원제철은 전로 대신 전기로가 같은 역할을 한다. 전기로는 석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 가동돼 수소환원제철은 전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0)다.

수소환원제철 원리. 포스코 제공

쓸모가 없어진 기존 설비들의 빈자리는 '유동환원로'가 채우게 된다. 철광석을 유동환원로에 넣고 수소를 주입하면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해 순수한 철(Fe)인 ‘환원철’을 뽑아낼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이론적으로 완성됐지만 현실에선 아직 전 세계 어떤 기업도 상용화하지 못한 꿈의 제철기술이다. 기존 일관제철소의 제선·제강공정을 완전히 뒤엎는 신개념 공법이라 장기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오는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선언했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사활을 걸고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매진 중이어도 포스코는 자신감을 피력한다. 이유가 있다. 2007년 상용화해 15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적용한 독자 제선기술 ‘파이넥스(FINEX) 공법’이 수소환원제철에 가장 근접한 현존 기술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 소결 및 코크스 공정을 생략할 수 있는 데다 수소를 25%가량 사용한다. 고로가 아닌 유동환원로로 쇳물을 생산하는 것도 수소환원제철과 비슷하다.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법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은 ‘HyREX’라 불린다. 이 공법은 원료의 제한이 없고 철광석을 별도 가공하지 않아 소결 공정도 필요 없다.

포스코는 앞으로 포항제철소에서 가동 중인 유동환원로 2기의 수소 농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향후 10~20년 내 기술을 완성해 2050년까지 기존 고로를 HyREX 설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전경. 형형색색의 굴뚝 사이로 보이는 4개의 거대한 설비가 고로다. 포스코 제공


'환경을 지키는 기업'을 향해 전진

수소환원제철을 위한 선결 조건은 안정적인 수소 조달이다. 모든 고로를 HyREX로 대체할 경우 연간 370만 톤의 수소가 필요한데 포스코는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수소 수요기업이자 생산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12월 호주 FMG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수소 생산자가 되기 위한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철강산업은 탄소를 다량 배출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탄소중립을 향한 포스코의 도전은 제철소 태동기부터 이어온 환경투자와도 맞닿아 있다. 환경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없었던 1970년 포항제철소 건설 때부터 포스코는 총 사업비의 10% 이상을 환경관리에 투입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영 여건에도 전체 설비투자 중 환경 개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했다.

포스코가 제철 공정 부산물인 슬래그를 활용해 개발한 ‘트리톤 어초'가 바닷속으로 투하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도 98% 이상 재활용한다.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분리하고 남은 물질인 슬래그(Slag)는 부산물의 약 80%를 차지하는데, 최근 친환경 시멘트의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슬래그를 재료로 개발한 ‘트리톤 어초’를 갯녹음 피해가 심각한 바다에 설치해 해조류가 풍부한 바다를 가꾸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생산 과정 때문에 철이 환경에 유해해 보여도 철강제품 제조 시 탄소 배출량은 알루미늄 등 다른 경량 소재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생산량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아 배출 총량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철강사들은 해명해왔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면 이런 설명도 필요 없어진다. 포스코 관계자는 “2050 탄소중립과 '함께 환경을 지키는 회사'란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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