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맹탕 담화' 밀어붙였나… '직진' 홍남기와 청와대 조율?

입력
2021.07.29 20:00
기재부 참모 "역효과 우려" 반대에도
홍남기 "당국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 강행
"청와대도 고민했으니 협의 거친 것" 관측도
5차례에 걸친 '고점론'… "신뢰 잃은 상황서 무용" 지적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8일 있었던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관련 ‘대국민 담화’ 후폭풍이 거세다. 여론은 '맹탕 담화'라는 비판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고, '집을 사지 말라'는 으름장까지 놨다고 분개하고 있다.

새로운 대책 없이 정부의 시장 인식을 다시 강조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정부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왜 이런 담화를 밀어붙였을까.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비판을 받더라도 옳다고 생각한다면 해야 하는' 홍남기 부총리의 '직진' 성격이 이번 담화 추진의 주요 배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현재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정부 인식을 국민들에게 전달해줘야 한다는 청와대와의 공감대와 교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부터 이번 담화를 준비해 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홍 부총리의 일정을 고려해 시기를 조율한 끝에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첫날인 28일로 담화문 발표 날짜를 잡았다.

담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재부 참모진의 반대도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발표할 만한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 인식만 소개하는 ‘구두 개입’ 형태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는 “그렇다고 집값 상승을 마냥 두고만 볼 수는 없지 않으냐. 정책 당국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담화를 강행했다. 평소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는 ‘해야 할 일’이라며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홍 부총리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라는 평가다. 홍 부총리는 19일 열린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는 “통계에 입각한 팩트와 정확한 부동산시장 판단, 향후 정부의 정책 의지 등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계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 혼자 이번 담화를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 수장뿐 아니라 김창룡 경찰청장까지 참석했다는 점에서, 국무총리실이나 청와대 등 '윗선'과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 추측을 크게 부인하지는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부총리가 메시지를 낸 것 아니냐”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추격 매수에 따른 문제가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적어도 국민들에게 부동산 시장 위험에 대해 충분히 알려주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청와대의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담화 발표 후 여론의 반응이 차가워지자, 정부 내에서도 "시기나 내용상 부적절한 담화"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 내에서도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반대했어야 했다" "왜 굳이 여론의 반발을 사나, 안타깝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홍 부총리는 이번 담화를 포함해 최근 두 달 사이 5차례에 걸쳐 ‘집값 고점론’을 언급해 왔다. 여러 차례 반복된 이야기였지만 이번 담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했다. 장관들의 호소로 가뜩이나 치솟은 부동산 시장에 불만 더 지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수차례 발표한 주택 관련 정책들이 서로 충돌했고, 실수요자들인 젊은 층의 불안감도 더 커진 상황"이라며 "내세울 만한 정책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이 같은 담화가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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