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의무화' 꺼낸 美 "뉴욕·캘리포니아 공무원 모두 접종"

입력
2021.07.27 09:24
수정
2021.07.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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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도 연방기관 중 처음으로 의무 조치
'개인 선택권' 충돌 탓에 반발 목소리 커질듯

22일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한 모녀가 화이자 백신 접종 등록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22일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한 모녀가 화이자 백신 접종 등록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미국이 ‘백신 의무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간 자발적 접종을 독려해왔지만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이 심상치 않자 일부에게 강제성을 부여하는 고강도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최대 도시 뉴욕과 캘리포니아주(州)는 소속 공무원들이 모두 백신을 맞도록 했고, 미국 보훈부 역시 연방기관 중 처음으로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와 경찰 등 시(市) 소속 근로자 34만명에게 9월 13일까지 백신 접종을 마쳐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데드라인’으로 정한 날은 뉴욕시 학생들의 개학일이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9월은 회복의 중심점”이라며 “개학 첫날까지 모든 시 근로자들은 백신을 맞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주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 사업장 고용주들도 근로자들의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백신 미접종자들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뉴욕시의 확진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 일 평균 신규 확진자는 6월 말과 비교해 3배가 넘는 800여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현재까지 뉴욕 시민 500만명이 적어도 한 차례 백신을 맞았지만 여전히 접종하지 않은 사람도 20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와 공립병원 소속 직원은 60%가 접종을 완료했지만 경찰서와 소방서 직원 접종은 각각 43%, 55%에 그친다. 현재로선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변이 확산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한 시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대폭 제한하는 ‘초강수’를 던진 셈이다.

뉴욕시의 발표 몇 시간 뒤 캘리포니아주도 주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같은 조치에 나섰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24만6,000여명의 주 정부 직원, 의료 종사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명령에 따라 주 정부 공무원은 백신을 맞은 뒤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하지 않을 경우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해당 조치는 다음 달 9일부터 23일까지 시행된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주민 64%가 1차 접종을 마쳤지만, 최근 LA 카운티와 샌디에이고 카운티 등 대도시 권역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대유행이 일어나고 있다”며 “접종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방기관도 칼을 빼 들었다. 미국 보훈부는 소속 직원 중 우선 환자를 대면하는 일이 잦은 의료담당 인력 11만5,000명에게 8주 내 백신 접종을 완료하도록 했다. 연방 기관 중 직원의 접종을 의무화한 곳은 보훈부가 처음이다. 데니스 맥도너 보훈부 장관은 “보훈자와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강제 접종’ 방침이 미 전역에 확산할 경우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조치가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탓이다. 최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백신을 안 맞을 경우 일상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방식으로 접종을 강제하자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단 의미다. 앞서 미국 인디애나대는 지난 5월 “올 가을 학기에 캠퍼스로 복귀하려는 학생은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발표했다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연방법원은 강제 조치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학생 측은 항소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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