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장관이면 이랬을까" 열사병 숨진 장병 어머니 절규

입력
2021.07.26 08:40
수정
2021.07.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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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대전, 페이스북에 유가족 글 공개
"아들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 주장
네티즌 "힘들면 전화로 휴가 신청하지"
아들 휴가 특혜의혹 추 전 장관 연관 군 비꼬기도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캡처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순직한 병사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이었다"며 "엄마가 장관이었거나, 아빠가 국회의원이나 별을 단 장성이었다고 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라고 주장했다.

군 복무 중인 자녀를 둔 네티즌들은 위로와 함께 "군대 더 개선돼야 한다"고 비판하고, 추 전 장관 아들 특혜 의혹과 연관 지어 "힘들면 전화로 휴가 신청하지"라고 비꼬기도 했다

24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육군 22사단 소속 의무병 심준용 상병(순직 후 일병서 상병으로 추서)의 어머니 편지를 공개했다.

어머니는 "제 아들은 지난해 12월 논산훈련소로 입소했고 의무병으로 22사단에 배치됐다"며 "6월 24일 코로나19 1차 접종을 하고 6월 30일에 GP로 올라갔다"고 소개했다.

어머니는 "방탄조끼를 입고 방탄모를 쓰고 등에는 군장을 앞에는 아이스패드가 든 박스를 메고 경사가 37~42도인 가파른 산길을, 혼자 걷기도 힘든 수풀이 우거진 길을 내려갔답니다"며 "방탄조끼에 방탄모에 앞뒤로 둘러싸인 군장과 박스에 몸 어디로도 열이 발산되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여갔을 거다. 웬만하면 힘들다는 얘기도 안 하는 아이인데 힘들다는 말을 세 번이나 했고 귀대과정 오르막에선 이상증세도 보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잠시 후 아들이 12시 30분쯤 쓰러졌다. 작전지역이 너무 험해 헬기로 이송이 불가능해 결국 같이 작전 중이던 대원들이 아이를 업고 물 뿌리며 2시 55분 GP까지 간신히 도착했다. 이후 강릉 국군병원을 거쳐 강릉 아산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 15분이나 됐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병원에 도착한 아들 체온은 40도가 넘었다. 뇌는 주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어 있었고, 혈압은 70 밑으로 떨어져 있었다"며 "이후 병원에서 병명은 열사병이 맞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백신 맞은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아이를, GP 도착하고 24시간도 안 된 아이를, 훈련소에서 행군해 본 것이 다였을 아이를 최소한의 훈련도 없이, 헬기로 구조도 안 되는 지형으로 작전에 투입했다. 왜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한 줌 가루가 되어 조그만 함에 담겨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기가 막혀 눈물밖에 나지 않는다"며 "이런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갓 입대 병사 어떻게 그리 막 대했나" "군대 더 개선돼야"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족의 문제 제기에 네티즌들은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했다. 군 복무 중인 자녀나 입대 예정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남의 일이 아닌 만큼 유족을 위로하면서 군의 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7개월째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글 읽는 내내 너무 가슴이 아렸다"며 "어떻게 훈련도 안된 상태로, 그것도 코로나 예방주사를 맞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를 그렇게 막 대했을까"라며 공분했다.

다른 네티즌은 "잘 키워서 보냈으면 잘 맡아서 건강하게 부모품으로 되돌려보내줘야지"라며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저는 정말 걱정되네요"라고 말했다.

네티즌 'terr****'은 "친구 아들도 비슷한 시기에 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군대 훈련도 거의 안 하는데, 이런 경우도 있네"라며 놀라워했고, 네티즌 'soon****'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군대도 바뀌었다지만 더 개선되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관련 휴가 특혜 의혹 논란과 연관 지어 "추 장관 아들처럼 전화로 휴가 가는 시대에 안타깝다"(woor****), "애들 조금만 이상하면 앞으론 전화해서 휴가 좀 보내달라고 하세요. 가능하다고 했으니(yuro****)"라며 비판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육군, 이번 주 수사결과 발표 예정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의무병이었던 고인은 1일 DMZ 작전 중 쓰러져 8일 오후 사망했다. 군은 작전 중 순직한 고인을 상병으로 1계급 추서하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했다.

육군은 25일 "고인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필요한 후속조치를 하는 가운데 정확한 사고경위와 원인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유가족들께서 질의하시고 수사한 사항들을 종합해 다음 주중 중간 수사결과를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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