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ESS·볼트 잇딴 ‘화재 리콜’… LG에너지솔루션 악재에 K배터리도 '불안'

입력
2021.07.26 04:30

지난 1일 미국 버몬트에서 충전 중이던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일렉트렉 캡처

지난 1일 미국 버몬트에서 충전 중이던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일렉트렉 캡처

세계 1위 명성을 다져가는 ‘K배터리’의 입지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서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명확한 화재 원인 분석과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국내 배터리 산업 전체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3일 소프트웨어(SW) 리콜이 진행 중인 2017~2019년형 쉐보레 소형 전기차 ‘볼트 EV’ 6만8,766대에 대한 새로운 리콜 조치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콜 대상 차량에는 한국 충북 오창공장에서 생산된 LG에너지솔루션의 고전압 배터리가 장착됐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한 볼트 EV의 화재 조사 과정에서 배터리 셀의 흔하지 않은 문제를 발견, 이번 리콜을 실시키로 결정했다. GM은 기존 리콜 대상 중 결함이 발견되는 차량에 대해 ‘배터리 모듈’ 교체를 진행할 계획이다. 관련 교체 부품이 준비되는 즉시 고객들에게 순차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며, 이는 국내에 판매된 모든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GM 쉐보레 전기차 '볼트 EV'에 적용된 LG에너지솔루션 고전압 배터리 이미지. GM 제공

GM 쉐보레 전기차 '볼트 EV'에 적용된 LG에너지솔루션 고전압 배터리 이미지. GM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번 리콜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 차량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가 모듈화 해서 GM에 납품한 것으로, 일부 배터리 모듈 제작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해당 결함이 드물게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은 제한적일 것이고, LG전자와 함께 리콜 조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리콜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속되는 화재 사고로 리콜 사례가 잇따르면서 그에 따른 유무형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EV)’ 7만5,680여 대의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교체해주는 리콜(9,800억 원)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17년 4월~2018년 9월까지 중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라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리콜(4,000억 원)도 하고 있다. 볼트EV 리콜도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파우치형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파우치형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더 크게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신뢰성 하락도 우려된다. 실제 테슬라, 폭스바겐그룹, 르노그룹,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등 다른 고객사들도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문의를 계속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 볼보, 현대차그룹 등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는 것도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품질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위기가 자칫 국내 배터리 산업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생산량이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보다 4~5배 가량 많은 압도적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최영석 한라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부 겸임교수는 “화재에 대한 적극적인 원인 분석과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 고객사들도 떠날 수 있다”며 “최고위 경영진이 앞장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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