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주유소 사장... 밤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운영

입력
2021.07.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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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불법 스포츠 사이트 운영자 구속
범죄수익금, 돈세탁 차원서 주유소 인수 후 영업
범죄 장기화되자 부산·충남 등서 주유소 추가 인수
최근 캠핑장 부지까지 매입하는 등 자영업자 행세

피의자들이 운영한 국내 법인사무실 건물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피의자들이 운영한 국내 법인사무실 건물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으로 주유소와 캠핑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주유소 등을 돈세탁을 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려다가, 사이트 운영이 장기화하자 아예 자영업자 행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2,000여 명으로부터 900억 원 상당을 불법 취득해 온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도박사이트 운영자 A씨와 직원 B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다른 직원 C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해당 사이트를 폐쇄·조치했으며,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과 고급 외제차, 임대차보증금 등 은닉 재산 90억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추징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특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빼돌려 추징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양도나 매매 처분을 할 수 없도록 동결하는 조치다.

A씨 등 3명은 2013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오○○’를 운영하면서 2,000명으로부터 90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불특정 다수에게 ‘회원 가입만 해도 무료 충전 서비스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 개인방송 등에 가입하도록 홍보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원을 모았다. 회원들은 1인당 적게는 수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운 돈을 베팅했다.

회원들이 베팅한 돈은 50여 개 대포통장을 통해 A씨에게 입금됐다. A씨는 범죄수익금 일부를 투입해 충북에 있는 주유소를 인수해 운영하던 중 범행 기간이 장기화하자, 최근까지 부산과 충남 등의 4개 주유소를 추가 인수해 운영했다.

경찰은 A씨가 범죄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해 주유소 등을 인수했다가 별도 법인을 세워 직원을 고용하는 등 자영업자 행세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난해 충북의 한 캠핑장 용도 부지를 73억 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캠핑장 운영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불법 도박사이트 등 온라인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엄중한 수사를 통해 운영자 처벌과 범죄 수익 환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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