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법사위원장·88% 재난지원금'... "개혁 포기냐" 민주당 강성 부글부글

입력
2021.07.26 0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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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진통 끝에 여야가 합의한 국회 원구성과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거센 반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대선 주자와 강성 지지자들은 이를 “개혁 포기”로 규정하고,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등 내홍으로 번질 조짐마저 엿보인다.

민주당 당원게시판과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21대 국회 후반기인 내년 6월부터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겨주기로 한 합의를 두고 주말 내내 당 지도부를 공격하는 게시글로 넘쳐 났다. 강성 친문계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권한에 없는 일을 했다” “개혁하기 싫고 일하기 싫은데 왜 국회의원이 됐는가”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난을 쏟아냈다.

강성 지지자들은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을 상대로 한동안 잠잠했던 ‘문자 폭탄’도 재가동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비난 문자가 끊이지 않자 24일 페이스북에 “폭력적 방식으로 업무를 방해하고 반감을 유발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고 썼다. 급기야 “선동이 계속되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엄포까지 놨다. 얼마 뒤 해당 글은 삭제됐다.

강성 당원들이 유독 법사위에 집착하는 건 법사위가 지금까지 '상임위 위의 상임위' 노릇을 해온 탓이 크다.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야만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는데, 과거 법사위에서는 이런 역학구도를 악용해 다른 상임위가 올린 안건을 정치적 야합을 통해 일부러 지연시키는 사례가 빈발했다. 이에 일부 지지자들은 야당 법사위원장이 나오면 검찰의 수사ㆍ기소 완전 분리(검수완박) 등 ‘개혁 입법’이 무산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도부는 법사위가 ‘상왕’ 역할을 하는 부작용을 바로잡았다고 항변했다. △법사위 심사 기간을 현행 120일에서 60일로 줄이고 △심사 범위도 ‘체계와 자구’로 한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병석 국회의장이 현재 국회를 위헌 사태라고 표현했다”며 법사위원장 양보는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난 당내 여론을 다독이기에 역부족이었다.

소득 하위 88%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에 대해서도 ‘어정쩡한 결과’라는 당내 반발이 빗발치는 중이다. 당초 민주당 의원들은 하위 80%만 주고 81%는 안 줘야 할 근거가 마땅치 않고, 또 상위 20%를 가리기 위한 선별 비용이 아깝다는 등의 논리를 펴며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 그러나 하위 88%에만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89% 역차별과 선별 비용 문제 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해온 이재명 경기지사는 23일 YTN인터뷰에서 “세금 많이 낸 게 무슨 죄라고 굳이 골라 빼느냐”고 쓴소리를 하는 등 대선 주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윤 원내대표는 예산을 깎는 건 국회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예산 증액은 정부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들며 “헌법적 제한이었다”고 해명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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