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재심 청구했는데 반공법도 무죄…대법 “다시 재판”

입력
2021.07.25 12:01
수정
2021.07.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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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긴급조치 9호 및 반공법 위반 징역형
'위헌' 긴급조치 재심 신청… 법원, 반공법도 무죄?
?대법 “재심 청구 안 한 부분까지 심리하면 안 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청구인이 주장하지 않은 혐의까지 재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다시 심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긴급조치 9호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확정 받았던 A씨의 재심사건 상고심에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1976년 대통령긴급조치 9호와 반공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긴급조치 9호는박정희 정권 시절 만들어진 특별조치로, 헌법을 부정하는 발언 등을 금지하도록 했다.

A씨는 당시 교제하던 여성에게 “친한 친구 중 한승헌 변호사가 있는데, 빨갱이가 아닌데도 정부에서 구속시켜 사회에서 매장시키려 한다”고 발언한 게 문제가 됐다. 한승헌 변호사는 동백림 간첩단 사건 등 여러 시국 사건을 맡아 ‘1세대 인권 변호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A씨는 또 공산주의 이론에 동조하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반공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고, 1977년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확정 받았다. 40여년이 지난 2019년 검찰은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란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긴급조치 9호가 “국민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했다.

재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해 기소한 부분은 범죄가 아닌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재심 청구 사유가 아닌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문제 발언을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당시 “재심의 심판 범위는 재심 개시 결정 당시 사유가 인정된 범죄사실 뿐만 아니라 재심 법원의 심리 과정에서 사유가 추가로 발견된 범죄사실에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재심 법원은 청구인이 재심 사유를 주장하지도 않은 반공법 위반 부분에 대해선 다시 심리해 유죄 인정을 파기할 수 없다"며 "다만 양형을 위해서 필요한 범위에 한해 심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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