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은 직원은 출근 금지!” 음모론에 빠진 日 건설사 사장

입력
2021.07.25 11:33

'코로나와 음모' 표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근거가 희박한 음모론이 실려 있다.

“세상이 뭐라 해도 백신 접종은 반대입니다!”

직원 3,400여 명 규모인 일본 대형 건설회사 사장이 간부회의에서 한 말이다. 슈칸분슌(週刊文春) 최신호는 직원 10여 명의 제보 등을 근거로 이 회사 사장 T씨가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빠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직원은 출근하지 말라는 황당한 지시까지 내렸다고 보도했다.

분슌이 받은 직원들의 제보에 따르면, T 사장은 지난달 초 거의 모든 사원이 온라인으로 시청한 ‘경영방침 발표회’에서 갑자기 “백신을 맞으면 5년 후 죽으니까요”라고 발언했다. 이어 지난달 중순에는 간부들에게 직원들이 백신을 접종하지 말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 시 무기한 자택 대기’ ‘자택에서 회사 PC 로그인 금지’ 같은 규정이 정해졌다. 한 제보자는 “백신을 맞으면 출근할 수 없다. 그래도 일하고 싶다면 ‘모델하우스 주변 잡초 뽑기’ 같은 한직으로 전환 배치된다”고 전했다. 그는 “겉으로는 백신 접종은 개인 자유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접종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분슌이 입수한 이 회사의 ‘감염확대 방지 대책’ 자료에는 “감염 확대 방지 대책에 관한 사내 규칙을 위반했을 경우 자택 대기를 명령한다. 결근(무급) 처리한다”고 돼 있다. 백신이란 표현은 일부러 쓰지 않았지만 사실은 백신을 맞으면 자택 대기라는 뜻이라고 제보자들은 주장했다. 실제로 분슌이 입수한 한 간부의 이메일에는 “접종일로부터 재택근무, 일체 출근 불가, 회사 차량 사용·경비 정산도 절대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T씨는 창업자 회장의 아들로 2018년 사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시작된 직후만 해도 마스크 쓰기 같은 철저한 예방 대책을 강조했지만, 어느날 갑자기 근거가 불확실한 코로나19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올해 5월에는 ‘5G 전파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전단을 돌리고, 회사 내에선 회사용 휴대폰뿐 아니라 개인용 휴대폰도 5G 기능을 끄라고 요구했다.

한 제보자는 “그 무렵 ‘코로나와 음모’라는 책을 간부 책상에서 봤는데, 아무래도 사장이 이 책에 빠진 것 같다"면서 T 사장이 이 책을 각 지역 간부들에게 배포했다고 전했다. 이 책에는 ‘백신은 대량파괴무기’ ‘코로나와 5G는 공범 관계’ 같은 황당한 내용이 가득하다. 그는 “T 사장이 올해 1월에는 ‘선거에서 진 트럼프 미 대통령의 쿠데타로 전파 장애가 일어날 것’이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21일 분슌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개별 사안에 대한 대답은 보류하겠다”면서도 “접종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자택 대기를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사용자가 휴업을 강요하면 근로자에게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불해야 한다”고 노동기준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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