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요? 무작정 써보세요"...청년 13명의 도전

입력
2021.07.25 09: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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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시인보호구역의 '여행스케치 청연'?
대구·경북 청년여행작가 13명 배출 성과
100일 정도 교육 통해 여행 에세이집 펴내

대구경북 청년 여행작가로 이름을 올린 이지연(28, 왼쪽부터), 장혜원(24), 전민지(24), 배성우(31)씨가 청년 여행작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대구경북 청년 여행작가로 이름을 올린 이지연(28, 왼쪽부터), 장혜원(24), 전민지(24), 배성우(31)씨가 청년 여행작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대구·경북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 13명이 여행작가로 새롭게 탄생했다. 대구시와 협동조합시인보호구역의 '여행스케치 청연' 청년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청연은 '맑고 깨끗한 인연'이라는 의미로 '청년'과도 의미가 맞닿아 있다. 이들이 프로그램을 마감하면서 공동으로 펴낸 에세이 책 이름도 '여행스케치 청연'이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이달 14일까지 100일 정도 글쓰기와 사진 교육을 비롯해 대구와 경주, 영천, 영주 등 대구·경북 지역의 명소를 함께 여행하며, 작가로서 소양을 쌓았다. 잠시 스쳐 지나가듯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역사학자와 전문가들이 동행하면서 책을 한 권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참가자들은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으로 작가 지망생, 클래식 연주자, 취업준비생, 전직 유튜버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반장을 맡았던 정희도(38)씨는 "블로그에 낙서처럼 글을 쓰곤 했지만 제대로된 글쓰기를 배우면서 평소 꿈꿨던 작가에 한발짝 다가선 것 같다"며 "내 이름이 올라간 책을 접했을 땐 그 어느 때보다 뭉클하고 감동스러웠다"고 말했다.

책에는 이들이 함께 여행을 다니며 보고, 느낀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덮치기 전 각자 해외를 누볐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자전거 국토 종주와 호주 워킹홀리데이, 네팔 여행, 대구와 경주, 영주 부석사 등 함께 여행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50여편이 실렸다.

대구경북 청년 작가들이 여행 에세이를 쓰기 위해 경주읍성을 방문해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 배성우씨 제공

대구경북 청년 작가들이 여행 에세이를 쓰기 위해 경주읍성을 방문해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 배성우씨 제공

이들은 여행을 다니며 평소에는 잘 몰랐던 새로운 사실에도 눈을 떴다. 대구 대표 관광 명소 수성못이 일제강점기 한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고, 유교 본산인 영주 소수서원에 불교 양식의 구조물이 남아있다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어엿한 작가가 됐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녹록지 않다. 단순히 여행을 하면서 있었던 일을 나열하듯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도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민지(24)씨는 "글쓰기를 하며 다양한 종류의 감정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며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사물이나 풍경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장혜원(24)씨도 "다른 사람을 흉내내지 않고 나만의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같은 것을 보더라도 하나의 포인트를 잡아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 청년들이 여행작가 양성프로그램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협동조합시인보호구역 제공

대구경북 지역 청년들이 여행작가 양성프로그램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협동조합시인보호구역 제공


대구경북 지역 청년 작가들이 지난 14일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협동조합시인보호구역 제공

대구경북 지역 청년 작가들이 지난 14일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협동조합시인보호구역 제공

여행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다. 이지연(28)씨는 "예전에는 여행을 갈 때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맞춰주거나 따라가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스스로에 좀 더 집중하고, 감정에 충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이들은 모두 작가라는 꿈이 새롭게 생겼다. 배성우(31)씨는 "삶에 얽매여 사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주체성을 가지고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며 "주변 청년들도 여행하듯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일단 무작정 글쓰기를 시작해보라"며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만의 색깔이 가득 담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기완 대구시 관광과 주무관은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향후에는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의 달빛동맹 일환으로 광주 청년들과 함께하는 청년 작가 양성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며 "지역의 청년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문화적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청년 작가들이 펴낸 여행 에세이 '청연'. 김재현 기자

대구경북 청년 작가들이 펴낸 여행 에세이 '청연'. 김재현 기자


대구=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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