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국경 막힌 북한의 잰걸음

입력
2021.08.03 04:30

지난달 찾은 백두산 천지 서파에 놓인 북중 경계석 뒷면. '조선 37'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날 중국 관광객이 울타리를 넘어 북한 땅에서 사진을 찍다가 관리요원에게 걸려 혼쭐이 났다. 현지 관계자는 "단둥에서 훈춘까지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따라 경계석을 세웠는데 그중 37번째라는 표시"라고 했다. 천지=김광수특파원


지난달 백두산에 다녀왔다. 현지에서 솔깃한 말을 들었다. 그는 ‘2019년 12월 20일’을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돌연 중국인의 북한 입국을 금지한다는 공고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관광객 수십만 명이 매년 북한을 오갈 때다. 중국에서 20년 넘게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북한도 여러 번 오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기억을 곱씹어봤다. 중국이 우한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폐렴을 처음 공개한 건 2019년 12월 31일이다. 첫 환자는 그보다 3주가량 앞서 확인됐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식적으로 2020년 1월 말 국경을 폐쇄했다. 이보다 한 달 전에 뭔가 낌새를 채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0년 1월 20일. 중국 여성이 국내 첫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주말 사이 중국 내 감염자가 폭증해 300명을 넘어섰다. 장하성 주중대사는 “새로운 검사방법을 적용해 환자가 갑자기 늘었다”며 “우리와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는 중국이 감추는 것 같진 않다”고 자신했다. 또 “우한 여행 주의보를 발령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사흘 뒤 우한은 전격 봉쇄됐고 정부는 중국 눈치를 살피며 세 차례 전세기를 띄워 교민을 긴급 후송하느라 진땀을 뺐다.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건물 위에 인공기가 걸려 있다. 베이징=김광수특파원


일 년 반이 지났다. 코로나 방역 때문에 귀국길이 막힌 전임 주중 북한대사는 반년 가까이 베이징에서 후임자와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공관의 '평양 엑소더스' 와중에도 중국과 북한은 우호조약 60주년을 맞아 정상 간 친서를 교환하고 공조를 과시하며 우의를 다졌다.

반면 한국은 중국이 심혈을 기울인 공산당 100년 축제조차 불편하게 지켜봤다. 대사는 주요 행사에 불참했다. 양국은 상반기 약속한 차관급 외교안보(2+2)대화를 헌신짝처럼 팽개치고서도 아무 설명이 없다. 장 대사는 건강검진차 2주째 한국에 가 있다. 족히 열흘은 지나야 돌아온다. 그리고 3주 격리다.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이 중요하다”는 공허한 외침 속에 양국 관계는 되레 서먹해지고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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