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영상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입력
2021.07.16 04:30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고성오광대 탈춤을 결합시켜 만든 가상현실(VR) 공연 '비비런'의 제작 현장에서 고성오광대 춤의 전수자들이 움직임을 포착하는 의상을 입고 영상 속 캐릭터의 춤사위를 구현하고 있다. 지난해 쇼케이스에 이어 올해 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팬데믹 사회로 접어들면서 공연계에선 공연영상이 큰 이슈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공연영상의 유료화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가을 오페라 '마농'이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매달 대여섯 편의 공연영상이 유료로 공개되고 있다. 이달에도 연극 '아마데우스'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을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배우와 관객의 만남으로 완성되는 공연은 유일하고 특별한 감동을 주지만, 시장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 공연영상은 비효율적인 시장성을 극복하고 공연의 대중화에 기여할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비대면 사회가 이러한 흐름에 박차를 가한 측면이 있지만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공연영상은 발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월간 '공연전산망'(예술경영지원센터 발행)은 유료 공연영상 관객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료 공연영상을 관람한 경험이 있는 관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중 무려 44.2%가 "한 달에 두 편 이상 공연을 관람한다"고 답했다. 즉 유료 공연영상 관람객은 오프라인에서 공연을 많이 보는 마니아층이었다. 이를 좀 더 명확히 드러낸 결과가 있었다. 실제 공연장에서 관람한 공연을 온라인 유료 영상으로 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73.4%가 그렇다고 답했다. 유료 공연영상 관람자 중 4명 중 3명이 공연장에서 본 공연을 별도의 티켓 가격을 지불하고 온라인에서 관람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공연영상이 새로운 공연 관객층을 개발하고 시장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이런 현실만 본다면 공연 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객층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오프라인에서 공연을 연 1회 이하로 보는 관객이 연 2~6회 보는 관객보다 유료 공연영상을 더 많이 봤다는 점이다. 공연에 관심이 있지만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나 비용, 거리 등의 이유로 보지 못하는 수요층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각보다 일반인들의 공연영상에 대한 관심은 저조했다. 당연한 결과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한 공연영상이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촬영한 일반 영상 콘텐츠보다 더 재미있기가 쉽지 않다. 공연의 생명인 현장성을 제거한 공연영상은 박제된 공연이자, 미장센이 제한된 영상물이다. 공연영상이 아카이브용이 아닌 문화상품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온라인 공연 플랫폼 엔티 라이브(NT Live)의 '햄릿'이 세계적으로 꽤 큰 인기를 누렸지만, 다른 공연영상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치일 뿐, 그가 출연한 BBC 드라마 '셜록홈즈'와 비교하면 굉장히 초라한 성적이다.

공연영상이 장르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공연을 단순히 잘 촬영하는 것을 넘어, 공연의 특성을 반영한 영상물로 거듭나야 한다. 배우와 관객이 호흡하고 그것이 반영되어 완성되는 것이 공연이다. 관객과의 교감이 거세된 공연영상은 그저 영상물일 뿐이다.

가상현실(VR) 공연 '비비런'의 공연 장면. 배우들의 춤이 캐릭터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광주아시아문화의전당 제공

근래에는 공연의 특성을 담아낸 공연영상 콘텐츠가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게임 속 가상 세계에서 가수와 관객이 아바타로 만나 콘서트를 즐기기도 하고, 모션 캡처 수트를 입은 배우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쓴 관객이 가상공간에서 만나 교감하는 공연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 공연은 확실히 색다른 재미를 준다. 영상도 공연이 아닌 새로운 장르로서의 공연영상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객원기자
박병성의 공연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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