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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장 틀어쥐고 기업 합병 막고...中 정부의 규제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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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기업을 옥죄는 중국의 폭주에 거침이 없다. 해외 증시 상장 권한을 당국이 틀어쥐더니 국내 기업 간 합병에도 이례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국가가 앞서고 민간은 따라가는 ‘국진민퇴(國進民退)’ 기조가 부쩍 강화되고 있다.
중국의 사이버 감독기관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10일 ‘인터넷안전심사방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중국 국가보안법, 사이버보안법, 데이터보안법에 따라 100만 명 이상 가입자 정보를 보유한 기업이 해외 상장할 경우 반드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 정보기술(IT) 애널리스트 류딩딩(劉丁丁)은 “중국에는 사용자가 1,000만 명, 심지어 1억 명이 넘는 IT업체가 차고 넘친다”며 “100만 명이라는 기준은 사실상 해외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모든 중국 기업들이 보안 검열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 1년 6개월간 중국 기업의 미 증시 IPO 규모는 1,060억 달러(약 121조8,000억 원)에 달한다.
개정안은 특히 “기업의 핵심 정보 인프라, 데이터, 개인 정보가 외국 정부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통제되거나 악의적으로 사용되는 등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을 해당 기업이 분석해 제출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CAC를 비롯해 중국 국가안전부, 공안부 등 10여 개 부처가 이를 평가하는데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3개월간 특별심사절차를 거친다. 다만 상황이 복잡하면 기한은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모든 영업정보를 국가에 넘긴 뒤에 벌거벗겨진 상태로 마냥 당국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CAC는 25일까지 규정 초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뉴욕증시에 상장했다가 조사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자들을 인용, “이번 상장을 의도적 기만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며 ‘양봉음위(陽奉陰違)’라는 표현을 거론했다. 정부 방침에 순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배신자’로 낙인찍은 셈이다.
이에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은 9일 디디추싱이 운영하는 25개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금지 명령을 내렸다. 2일 안보심사 개시, 4일 메인 앱 다운로드 금지에 이어 세 번째 조치다. SCMP는 “디디추싱은 모든 규정을 준수해 미국에 상장했지만, 자제하라는 당국의 메시지를 무시해 신뢰를 저버렸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은 게임방송 시장 점유율 1위 후야(40%)와 2위 더우위(30%)의 합병도 무산시켰다. 두 업체는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40%를 차지한 텐센트의 자회사로, 합병이 성사될 경우 점유율은 80%로 치솟고 이용자 3억 명, 100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 가치의 초대형 온라인게임 스트리밍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디디가 콰이디에 이어 우버차이나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며 시장을 장악했다가 끝내 당국의 철퇴를 맞은 사례와 닮아있다.
중국이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합병을 금지한 것은 처음이다. 그간 알리바바 등 다른 기업들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벌금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독점 방지 감독을 강화하고 무질서한 자본 확충을 차단할 것”이라던 엄명에 따라 본때를 보인 셈이다. 환구시보는 11일 “이번 조치는 독점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당국이 인터넷 대기업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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