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콧대 높은 샤넬, 고객 불만에도 배짱부리기...에르메스 따라하려고?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VIP도 푸대접 받는 곳이 샤넬이에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최모(49)씨는 최근 샤넬의 공방컬렉션에 VIP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다. 공방컬렉션은 샤넬에서 주기적으로 여는 행사. 가장 먼저 VIP들에게 신제품을 소개하고 판매도 한다. 최씨는 이번 공방컬렉션에서 의류와 핸드백, 신발 등을 2,000만 원어치 이상 구매했다.
그런데 최씨는 돈을 쓰고도 "찝찝한 마음"이라고 했다. 사이즈가 맞지 않은 옷과 신발을 구매해서다. 그에게 맞는 사이즈가 다 빠져서 큰 것으로 샀다는 것. 보통 명품 브랜드는 의류 수선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터무니없는 사이즈를 추천하며 수선을 권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씨는 VIP 초청이어도 종종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사왔다. 최씨보다 구매력이 높은 '특별한' VVIP들이 먼저 상품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VIP여도 엄청난 재력가가 아닌 이상 '푸대접' 받기 일쑤라는 최씨. 그는 "말만 VIP지 원하는 물건이 없는 경우가 많고, 미리 결제해도 그 제품을 받기까지 한 달 넘게 걸릴 때가 있다"며 "그럼에도 샤넬을 끊을 수 없는 건 브랜드 가치와 영향력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샤넬의 콧대가 하늘을 뚫고 나갈 기세다. 7월부터 그 기세는 더 노골화됐다. 없어서 못 사는 인기 제품들을 ①100만 원 이상 가격을 올린 것도 모자라, ②엄격한 구매 제한, ③신분증 확인, ④교환 물품 제한 등 오히려 접근성을 차단하고 있다.
이는 명품 브랜드 특유의 독점·배타성에 더 치중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샤넬이 점점 에르메스화(化)돼 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천만 원대 '버킨백'이나 '켈리백'의 구매 기회조차 쉽사리 내주지 않는 에르메스의 배타적 영업 행태를 샤넬이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잔인하게도 소문만 무성했던 샤넬의 가격 인상 단행은 현실이 됐다. 1일 샤넬은 인기 상품인 클래식 플랩백, 가브리엘백, 2.55백, 19백, WOC(Wallet of Chain) 등 가격을 사이즈별로 크게 올렸다. 특히 클래식 플랩백의 경우 하룻밤 사이 100만 원 이상 가격이 뛰었다.
샤넬은 지난해 두 차례나 가격을 올렸는데, 올해도 2월에 이어 두 번째 가격 인상이다. 그런데 가격 인상 폭은 그 기준이 되는 미국보다 더 높았다. 샤넬은 '프라이스 하모니제이션(조화로운 가격정책)'에 따라 나라별로 다르게 가격을 책정한다고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샤넬 가격은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로 이번에 가격을 올린 샤넬 클래식 플랩백만 봐도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우 클래식 플랩백 스몰 가격은 7,100달러(약 808만 원), 미디엄은 7,800달러(약 888만원), 라지는 8,500달러(약 967만 원), 맥시 9,200달러(약 1,047만 원) 등으로 올랐다.
그러나 한국의 인상 가격은 더 높다. 한국에서 이 핸드백의 스몰 사이즈는 893만 원, 미디엄은 971만 원, 라지는 1,049만 원, 맥시 1,120만 원으로 올랐다.
샤넬 클래식 플랩백 | 한국(원) | 미국(달러) | 유럽(유로) |
---|---|---|---|
스몰 | 8,930,000 | 7,100 | 6,300 |
미디엄 | 9,710,000 | 7,800 | 6,850 |
라지 | 10,490,000 | 8,500 | 7,400 |
그렇다면 유럽 기준 가격은 어떨까.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이달부터 샤넬 플랩백 스몰 가격은 6,300유로(약 848만 원), 미디엄은 6,850유로(약 922만 원), 라지 7,400유로(약 996만 원)으로 바뀌었다.
클래식 플랩백 라지 사이즈만 따져보자. 미국과 유럽은 900만 원대지만, 한국은 1,000만 원을 넘겼다. 아시아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대로 팔리는 셈이다.
이는 샤넬의 주요 상품 가격 변화를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금융정보분석업체 밸류 챔피언은 2019년 8월과 올해 1월, 15개 나라를 대상으로 샤넬 인기 상품(2.55 빈티지백, 보이백, 슬링백 미들힐)들의 가격 인상폭을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평균 인상폭은 17%였으며, 15개 나라 중 호주가 35%로 가장 큰 인상폭을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26% 인상돼 2위를 기록했고, 영국·스페인·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24% 상승해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23% 인상 폭을 보이며 6위였다. 특히 한국에선 가방의 가격 인상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2.55 빈티지백은 32%, 보이백은 22% 올랐다. 인상 폭이 가장 적은 나라는 미국으로, 오히려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샤넬의 가격 인상 정책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그것이 브랜드 명성과 가치를 이어가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이다. 샤넬의 시그니처로 가장 인기 있는 플랩백 미디엄의 가격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가격은 5년 전인 2016년에 비해 1.5배가량으로 올랐다.
이 가방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최근처럼 큰 폭의 인상률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 기준으로 1990년 1,150달러였던 플랩백 미디엄은 20년 만인 2010년 2,850달러로 상승했다.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하는데 20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10년 뒤인 2020년에는 6,500달러로 크게 뛰었고, 인상 기간은 단축됐다. 달리 말하면 가격 인상은 자주, 그 폭도 커질 거란 얘기다.
'에르메스 길들이기(Bringing Home the Birkin)'의 저자인 마이클 토넬로는 "명품 브랜드의 엄청난 가격 인상은 브랜드 평판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희소성 요인이 모두 속임수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이러한 뻔뻔스러운 정책에 신경 쓰지 않고 충성 고객이 되어 게임을 즐긴다"고 썼다.
"신분증 챙겨오셨어요? 없으시면 구매 못 하십니다."
"이제부터 상품 교환은 같은 카테고리에서만 가능하세요."
4일 직장인 김모(32)씨는 5시간 이상 대기해 입장한 샤넬 매장에서 하마터면 퇴짜를 맞을 뻔했다. 이달 1일부터 바뀐 규정 때문이었다. 이곳 직원들은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들을 상대로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했다.
샤넬은 올해들어 리셀러(재판매업자)들과 전쟁을 선포했다. 이들을 단속한다는 이유로 이미 본인 명의 카드로만 결제하도록 하기도 했다.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들이 같이 매장에 갔다가 선물해주려고 사주는 행위도 안 된다는 의미다.
이제 샤넬은 본인 명의 카드 결제뿐만 아니라 신분증 지참까지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 명단에 본인 명의로 등록하고, 입장 시 신분증 확인까지 받아야 한다.
심지어 현금으로 계산할 때도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직장인 이모(41)씨는 "샤넬 매장 직원이 앞으로는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계산할 때도 신분증 검사를 한다고 하더라"며 "가격을 올려도 손님이 끊이질 않으니까 배짱 영업하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또한 샤넬은 상품 교환에도 제한을 뒀다. 영수증만 있으면 일정 기간 내에 다른 상품으로 바꿀 수 있는데, 갑자기 교환권을 발부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만들었다.
반드시 본인 명의로 대기열 등록 |
---|
본인 명의 신분증 원본 반드시 지참 |
제품 구매 시 본인 명의 카드만 결제 가능 |
타인 동원한 대리구매 불가 |
여기에 교환도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만 가능하다. 한 샤넬 매장 직원은 "지갑류를 사셨으면 교환할 때 지갑류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지갑을 샀다가 나중에 수백만 원을 더 보태도 가방으로 교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잦은 교환이나 환불을 차단하겠다는 것.
이러한 규정의 변화는 리셀러, 중국의 다이궁(보따리상)을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리셀러들이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줄을 서거나 대리구매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앞서 샤넬코리아 측은 지난달 VIP 등 고객들에게 문자를 발송했다. 이달 1일부터 '부티크경험보호정책'에 따라 '판매 유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즉 '블랙컨슈머'를 가려내 매장 입장은 물론 상품 판매도 거절하겠다는 것이다.
샤넬코리아에 따르면 판매 유보 고객으로 확인될 경우, 샤넬은 그 즉시 상품 판매를 포함해 일체의 서비스 제공을 거절할 수 있으며, 부티크(매장) 방문을 거절(대기열 등록의 거절 및 취소, 입장 후 퇴장 요청 포함)할 수 있다.
샤넬코리아 측은 "샤넬 부티크를 찾아주시는 고객분들이 원활하게 부티크를 방문하고 공평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방문 고객분들에게 보다 편안하고 쾌적한 부티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판매 유보 고객의 기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반복 구매 횟수가 너무 많거나, 환불·교환 횟수가 일정 기준 이상인 사람 등이 판매 유보 고객으로 분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을 위한다는 정책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생 유모(25)씨는 "교환에 제한을 둔다고 하지만 정작 교환하려고 해도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며 "고객 편의와는 일절 상관없는 불필요한 정책 같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한모(46)씨도 "명확한 기준도 없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위 '진상' 고객으로 찍어내겠다는 걸 통보한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불쾌해했다.
그러면서 사넬이 단번에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이 오히려 리셀러와 다이궁의 '전투력'을 자극해 중고 시장에서도 꾸준히 가격이 올라가는 구실을 제공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샤넬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는 항상 배타성을 가지고 있다"며 "전략적 가격 인상이 고객의 신뢰를 잃을 것처럼 보이지만, 명품 브랜드의 정책 변화 같은 '배타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개발하는 것이 사실은 브랜드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에르메스 '버킨백'을 어떻게 처음 방문한 매장에서 구매했느냐면요..."
에르메스는 일찍부터 제품의 구매 제한을 두고 고객의 충성도를 저울질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처음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는 절대로 수천만 원대의 '버킨백'이나 '켈리백'을 내놓지 않는다. 구매력, 즉 실적을 쌓고 충성 고객으로 인정을 받아야 버킨백, 켈리백을 살 수 있다. 아니 구매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래서 유튜브나 인터넷 블로그 등에는 실적도 없이 버킨백이나 켈리백을 구매한 '믿지 못할' 사연을 소개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처음 에르메스 매장을 방문해서 고가의 가방을 구입할 수 있었던 사연은 희귀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매장에선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버킨백과 켈리백을 사기 전에 지갑이나 시계,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들을 미리 사서 실적을 올려야 한다.
이때 한 매장에서 담당 직원을 두고 실적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나름대로 실적을 쌓았을 때 직원이 '비밀의 방(VIP룸)'으로 부르면 버킨백, 켈리백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한 버킨백과 켈리백 등 에르메스의 고가 제품들은 장인들의 수작업을 통해 제작된다. 생산량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에르메스는 이들 제품들에 대해 1인당 1년에 1개만 구입하도록 구매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을 샤넬이 벤치마킹하며 지난해부터 강화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서는 클래식 플랩백 맥시(가장 큰 사이즈)를 1,000만 원대 대열에 올려놓더니 구매 제한을 깐깐하게 따지고 있다. 에르메스의 배타성을 강조한 명성에 편승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브랜드의 충성도와 영향력, 가치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샤넬은 '블랙' 색상의 클래식 라인(플랩백 스몰, 미디엄, 라지, 맥시) 가방에 대해 '1년에 1개' 구매 제한을 뒀다.
인기 품목 가방은 두 달에 2개 구매 가능 |
---|
클래식 플랩백 '블랙' 색상은 1년에 1개 구매 가능 |
지갑류(WOC 포함)는 한 달에 3개 구매 가능 |
한 번에 동일한 제품 구매 불가능 |
샤넬코리아에 따르면 보이백이나 19백, 가브리엘백 같은 인기 제품들은 두 달에 최대 2개 살 수 있다. 1·2월, 3·4월, 5·6월 등 두 달씩 묶어 판매 기준을 둔다는 것. 예를 들어 7월에 가방 2개를 샀으면 8월까지는 더는 가방을 구입할 수 없다. 대신 9월에는 리셋(초기화)돼 다시 가방을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지갑류(WOC 포함)는 한 달에 3개까지 구입할 수 있다. 모든 상품에 대해서 한 번에 동일한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규칙도 둔 것으로 전해졌다. 클래식 라인 가방이 아니라도 미니 19백을 한 번에 2개 살 수 없다. 돈이 많아도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기에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명품은 소비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때 선호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명품을 소유하는 등 접근성이 높아지면, 가격 인상이나 구매 제한 등을 통해 배타성을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다고 패션지 보그는 분석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